[지연 WITH YOU] 흰꽃이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어디 갔니?"
"어디 있니?"
"언제 오니?"
"우리 아가, 우리 아가"
그 해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아들은
어디도 없었다
흔적도 없었다
불러도 대답 없었다
그때도 하얀 으아리 피어났을 때였다
"잊지 않고 또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늘 이렇게, 이때쯤 찾아주셔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고 싶은데. 말씀을 안 해주시니."
흰 철쭉이 질 때쯤 늘 할머니는 찾아오셨다
일 년 동안 꼬박꼬박
모아놓은 돈을 놓고 가셨다
학교에 들어서면서도
"예쁜 아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학교를 나서면서도
"예쁜 아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40년 동안 그 할머니는 우리 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처음엔 몇만 원
이후 갈수록 더 많은 장학금을 놓고 가셨다
물어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어디 사시느냐 여쭤봐도
40년 동안 한결같았다
"예쁜 아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그 말만 하고 할머니는
발길을 돌렸다
다시 일 년 뒤를 약속하면서
"여기 있었구나!"
"언제든 오려무나!"
"어디서든 오려무나!"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이제 무섭지 않다
이제 두렵지 않다
이제 울지 않는다
40년 동안
넌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네가 다녔던 학교
네가 다녔을 학교
매년 너를 찾아 여기로 오는 길이 설레는구나
매년 너를 찾아 떠나는 길이 기다려지는구나
오늘이다
할머니가 오시는 날이다
하루 종일 창문을 본다
운동장을 본다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놀고 있다
저 멀리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는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10년 전 다른 학교로 떠나던 한 선생님이 내게 당부했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찾아오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40년이 다 돼 간다고 하더군요."
"저도 전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어요."
"그 할머니는 매년 오셔서 장학금을 주시곤 말없이 떠나시곤 했습니다."
" 그 할머니 오시면 잘 부탁드립니다."
흰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예쁜' 아들 손을 잡고 등교하는 날이다
흰꽃이 어우러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