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는 반가운 손님이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전날 내린 봄비에 남대천 강물이 불어나면, 산란기 황어 떼의 기나긴 오름 행렬이 맹렬히 이어집니다. 일생에 딱 한 번 강을 거슬러 오르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어제와 내일이 동시에 존재하는 산란의 시간입니다. 강과 바다가 열려 있기에 가능한, 남대천과 동해의 너른 바다가 만든 생명의 축복입니다. 강 하구가 막히지 않은 섬진강에도 매년 4월, 산란기 황어 떼가 광양 금천계곡, 하동 화계천, 구례 피아골과 간문천을 따라 산란기 황금빛 황어 떼의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황어의 혼인 행렬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건강한 남대천과 섬진강은 황어를 키우고, 세대를 잇는 황어는 강과 사람을 풍요롭게 합니다. 우리는 황어를 통해 남대천, 섬진강과 관련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체 시간성’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생태적이며 아름답습니다.
강물이 아래로 흘러 바다에 다다르고, 회유성 물고기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모습은 자연스럽습니다. 강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강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행동은 포기할 수 없는 물고기의 본능입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거슬러 오르는 해돈(海豚), 즉 한강을 오른 돌고래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산란기 숭어는 영산강을 거슬러 몽탄 지역까지 올랐고, 잘 말린 숭어 어란은 천하삼대진미 중 하나였습니다. 바다를 거쳐 임진강으로 올라간 황복은 ‘천계(天界)의 옥찬(玉饌), 마계(魔界)의 기미(奇味)’로 소동파의 시구에도 등장합니다. 연어, 송어, 웅어, 황어는 물론 참게와 도둑게도 강과 바다를 오고 갑니다. 바다와 하천을 이동하는 물고기의 일생은 지역주민의 하천, 해양문화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강과 하천이 매립과 하굿둑, 보와 댐으로 막히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소상(遡上)’, 물고기의 혼인 행렬은 흔치 않아 뉴스에 등장할 정도입니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 463개의 하구 중 49.2%인 228개는 인공구조물이 설치된 ‘닫힌 하구’입니다. 전국의 하천 연장 29,783km에는 약 34,000개의 농업용 보가 있습니다. 이중 약 3,800개는 인근 지역이 도시화되면서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용도를 상실한 채 하천에 방치되었습니다. 섬진강을 제외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과 만경강, 동진강 등 큰 하구는 대부분 하굿둑과 수중보로 단절되었습니다. 염해와 홍수 등 재해 방지, 농업용수 확보, 도로 개설 등이 주요 목적이었던 하굿둑과 농업용 보는 이제 죽음의 구조물이 되었습니다. 수질 악화, 기수역 생태계 훼손, 회유성 물고기의 멸종은 하굿둑이 물의 흐름을 막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서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에 총 16개의 보가 건설되었습니다. 수심 6m 깊이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수변 지역은 자전거 길과 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하천 생태계는 흐름이 정체된 호소 생태계로 급격히 변화했고, 특히 이동성 물고기의 생존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참갈겨니와 피라미가 우점한 낙동강의 어류상은 정체된 수역에 익숙한 강준치, 블루길, 치리, 민물검정망둑이 대신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생태습지의 70%는 큰입배스의 양어장처럼 변했습니다. 댐과 하굿둑으로 막힌 4대강은 모천회귀하는 물고기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당연한 것처럼, 물고기의 이동은 생명 본연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인간 중심의 하천 이용은 둑과 제방, 사방댐, 하천 직강화, 보와 댐, 하굿둑 등 다양한 형식으로 물고기 이동을 막고 있습니다. 서식지에서 산란지로 이동할 권리,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갈 권리가 막히고 있습니다. 단절입니다. 댐과 정체된 물길은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일부 하굿둑, 댐과 보를 걷어내 봅시다. 직선화 된 하천은 원래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찾아야 하고 침식, 운반, 퇴적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자갈, 모래, 점토가 고루 분포하고 여울과 소가 서로 어울려야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연 이용은 경제적 관점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닙니다. 고향 하천이나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고 살아가는 물고기의 당연한 권리도 배려해야 합니다. 물고기의 길목을 열어줍시다. 생명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질 때, 강도 바다도 인간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 이동권’을 통해 건강한 강과 물고기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공존을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