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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정원 파란 May 15. 2024

제주 서귀포 문섬의 '니모를 찾아서'

제주 서귀포 문섬 새끼섬 북쪽 ‘니모를 찾아서’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는 흰동가리이다. 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전 세계에 27종이 있다. 몸통 가로로 주황색과 흰색 무늬가 반복되는데, 광대의 알록달록한 모양과 같다고 해서 클라운 피시(clown fish)라고 한다. 흰동가리는 말미잘(sea anemone)과의 공생으로 잘 알려졌는데, 아네모네 피시라는 이름은 그런 유래이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에는 흰동가리 ‘니모’가 살고 있다.

서귀포 문섬 꽃동산에서 만난, 큰산호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공생


서귀포시 서귀동 서귀포항에서 출항한 다이빙 전용선은 불과 5분이면 문섬 새끼섬에 다다른다. 최근의 다이빙 패턴은 주로 보트 다이빙인데, 이전에는 문섬과 범섬에 상륙해 장비를 모두 내리고 섬에서 입수하는 섬 다이빙이었다. 문섬 새끼섬 서쪽 직벽으로 입수하면 북쪽을 따라 다이버 안전을 위한 수중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새끼섬 북쪽에서 한쪽은 새끼섬을 끼고 북동쪽, 또 한쪽은 서쪽으로 이어져 문섬 꽃동산 포인트로 연결돼 있다. 수심 12~13미터 지점의 세 가닥 수중 로프가 만나는 지점이 ‘만남의 광장’이며, 수중 로프를 따라 북쪽으로 수심 20미터에 이르면 큰산호말미잘과 공생하는 흰동가리 ‘니모’ 한 쌍을 만날 수 있다.     


문섬 새끼섬 북쪽 수중은 제주도의 손꼽히는 자색수지맨드라미 군락지이다. 자색수지맨드라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이다. 검붉은수지맨드라미와 비슷하게 생겨 종 구분이 쉽지 않은데, 검붉은수지맨드라미의 폴립은 소복하게 내린 눈처럼 하얗다. 반면에 자색수지맨드라미는 이름처럼 고구마 색깔의 폴립이 특징이다. 이곳의 자색수지맨드라미 군락지는 문섬 새끼섬부터 본섬 불턱, 꽃동산까지 수심 10~20미터 사이에 넓게 퍼져있다. 서귀포 섶섬, 문섬, 범섬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자색수지맨드라미(좌)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의 폴립은 흰 눈이 쌓인듯 하얗다.


문섬 새끼섬 북쪽의 수중은 수심 10미터 전후는 감태 군락이 대규모로 확인되고 더 깊은 수심으로 갈수록 연산호 군락지가 우점한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 탐사대는 수심 20미터까지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꽃총산호, 빨강별총산호, 맵시산호, 해송, 긴가지해송, 큰산호말미잘, 호리병말미잘, 띠녹색열말미잘, 호리병말미잘, 융단열말미잘, 가시산호류 등 다양한 산호충류를 확인하였다. 산호 군락지는 생물다양성이 뛰어난데, 자리돔, 두줄촉수, 아홉동가리, 볼락 등 다양한 어류와 소라, 해삼 등 각종 해양생물이 뒤섞여 공존한다. 최근 문섬 불턱과 새끼섬에 낚시객이 상륙하면서 바닷속 ‘만남의 광장’에 낚싯줄에 엉킨 연산호가 곧잘 확인된다.

각종 말미잘류. 위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띠녹색열말미잘, 호리병말미잘, 큰산호말미잘, 융단열말미잘, 실꽃말미잘, 이름을 알 수 없는 말미잘류


제주 서귀포 문섬 남동쪽, 루돌프 사슴 뿔 ‘별혹산호’와 한 가닥 도도한 ‘실해송’

   

하루에 두 번, 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 제주 바다의 물 흐름은 밀물 때 동쪽에서 서쪽으로, 썰물 때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한다. 다이빙 계획을 세울 때는 물때, 즉 밀물과 썰물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물때를 거슬러 다이빙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게 강한 조류에 휩쓸려 조난을 당하기도 한다. 서귀포 범섬에서 입수한 다이버가 안덕면 화순까지 떠내려간 사례도 있다. 문섬 남동쪽 포인트는 썰물 때 서쪽에서 밀려오는 강한 조류를 문섬 본섬이 막아주는, 썰물 다이빙 포인트이다. 또한, 산호 다양성이 상당히 뛰어나 다이버와 산호 연구자에게 사랑받는 포인트이다. 

루돌프 사슴 뿔을 닮은 별혹산호. 별혹산호는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문섬 남동쪽 포인트에 입수하면 5~7미터 정도 얕은 물 속 바닥의 감태 군락지에 닿는다. 감태는 제주도 조하대 해양생태계의 기초 해조류로 대형 갈조류에 속한다. 이곳에서 계단식 지형을 따라 수심 20~25미터까지 하강하면 산호 전시장과 같은 수중 비경을 만난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 꽃총산호, 빨강별총산호, 둥근컵산호, 바보산호류, 민가시산호류, 둔한진총산호, 별빗돌산호, 빛단풍돌산호, 둔한진총산호, 혹가시산호, 해송, 긴가지해송, 실해송 등 형형색색 산호도감을 보는 듯하다.

제주 서귀포 문섬 남동쪽 포인트 수심 25미터에서 만난 실해송


제주 바다의 남쪽 서귀포해역과 송악산해역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다. 제주 바다는 아열대, 열대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바다의 꽃’ 연산호의 대규모 서식지이다. 특히 문섬 남동쪽 포인트는 매끈하고 건강하게 잘 자란 가시수지맨드라미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시수지맨드라미는 육상의 맨드라미처럼 생겼는데, 굵고 통통한 몸체 위로 몇 가닥 가지가 뻗어나고 하얀 폴립 더미가 몽글몽글 모여 있다. 몸체에는 히드라가 기생한다. 또한, 국내 미기록 연산호와 하얗고 투명한 흰수지맨드라미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흰수지맨드라미는 기부와 가지, 폴립 모두 눈부실 정도로 투명한데, 눈으로 봤을 때 연한 미색이라면 흰수지맨드라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연산호 가시수지맨드라미. 히드라가 기부에 붙어 있다.


연산호 꽃밭에서도 문섬 남동쪽의 시그니처 산호를 꼽으라면 단연, 민가시산호와 별혹산호, 그리고 실해송을 꼽을 수 있다. 민가시산호는 보라와 노랑, 빨강 등 색깔 변이가 다양하고 형태는 부채 모양으로 납작하다. 사람의 시력만으로 민가시산호류를 종 단위로 구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분류학자들은 산호 종을 구분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확대해 산호의 골편과 폴립 구조를 자세히 살펴본다. 문섬 남동쪽 포인트는 제주 바다의 드물게 보이는, 대규모 민가시산호 군락지로 보전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수심 20미터 이상 잠수하면, 한 가닥의 붉은 몸통과 몇 개의 성긴 가지가 사슴 뿔처럼 생긴 별혹산호 정원이 있다. 수심 25미터에 다다르면, 하얗고 구불구불한 실해송 한 개체가 도도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 옆에 햐얀 폴립과 보라 몸통의 십자긴수지맨드라미가 있다. 루돌프 사슴 뿔 별혹산호와 도도한 실해송을 보려면, 문섬 남동쪽 포인트로 가면 된다.

가는가시산호
제주 서귀포 문섬 남동쪽 포인트는 민가시산호류의 대표적인 서식지이다. 민가시산호류는 색 변이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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