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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테이블 Oct 27. 2024

여덟 살 울리

아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동화

2022년 3월, 

아이가 용기 있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야기입니다. 








여덟 살이 된 늑대 울리는 요즘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곱 살 때랑 비교했을 때,

그때보다 달리기가 더 빨라진 것 같고

기억력이 좋아진 것 같고

매일 넓은 들판에 나가보고 싶고

간식은 좀 더 많이 먹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속에 큰 물음표가 생겼어요.

지금까지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항상 답을 쉽게 찾았어요.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책을 보면 답이 바로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에요. 

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다들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에요.

늑대 울리가 궁금한 건 바로 이거예요.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친구 여러 명에게 물어봤어요. 

덩치 큰 알파카 친구 알로이

폴짝폴짝 뛰기 좋아하는 양 친구 후리스

항상 주변을 두리번대는 미어캣 친구 미미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는 강아지 친구 콜리

따뜻한 곳에 앉아 쉬기 좋아하는 토끼 친구 래비


다섯 친구 모두 잘 모르겠대요. 그래도 토끼 친구 래비가 힌트를 줬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는 부엉이 할머니에게 가서 여쭤봐. 전나무 숲의 가장 높은 곳에 가면 만날 수 있대.

-아! 정말이야? 당장 가볼래. 

-우리도 함께 가자! 

다섯 친구와 울리는 부엉이 할머니를 찾으러 전나무 숲으로 갔어요. 

-부엉이 할머니, 안녕하세요! 궁금한 것이 있어서 여쭤보려고 왔어요. 이 길 끝에는 뭐가 있나요? 

부엉이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어요. 


-이 길 끝에는 네가 원하는 그것이 있단다.

그리고 이 길의 끝은 없단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 길 끝에 가면 제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는데… 이 길의 끝이 없다고요?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사실이란다. 잘 다녀오렴.


다섯 친구와 울리, 모두 여섯 명의 친구들은 길을 나섰어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보기로 했어요.

시작은 마치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어요.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면 하나둘 따라 하다 결국 다 같이 콧노래를 불렀어요. 

하지만 숲길은 생각보다 위험했어요. 그들이 사는 곳과 깊은 숲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어요. 가시덤불이 빽빽이 덮고 있어 몸집이 가장 작은 래비도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때 알로이가 온몸에 큰 나뭇잎을 휘감으며 말했어요.

-내가 몸집이 가장 크니까 먼저 뚫고 지나갈게. 내 뒤를 바짝 붙어 따라와.

여섯 명의 친구들은 겨우겨우 가시덤불을 지나왔어요. 알로이는 큰 나뭇잎을 둘렀지만 온몸이 긁혀 피가 맺혀 있었어요. 

울리와 친구들은 알로이가 너무나 걱정이 되었어요. 

-안 되겠다. 우리 좀 쉬었다가 가자. 


바위에 흙에 낙엽 위에 제각기 엎드려 쉬고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후리스가 보이지 않아요. 어디에 간 거지? 걱정스럽게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언덕 위에서 뛰어내려오는 후리스가 보여요. 

-후리스, 어디 갔었어? 안 보여서 걱정했어.

-저기 언덕 위에 올라갔었어. 여기, 이 열매들 좀 먹어봐. 모두 배고플 것 같아서.

-너도 많이 힘들 텐데… 너무 고마워. 후리스~

-그리고 이것도 있어. 호랑이풀이야.

후리스는 잎이 동그랗고 끝이 톱니처럼 오돌토돌한 풀을 내밀었어요. 

-예전에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어. 호랑이들이 싸우다가 다치면 이 풀이 가득한 곳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몸을 낫게 한다고.

-정말? 넌 정말 똑똑하구나. 

-아니야~ 나도 알로이가 다쳐서 갑자기 생각이 난 거야.

후리스가 구해온 호랑이풀로 친구들은 알로이를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은 동굴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어요. 


모두 단잠을 자고 있을 때 한 친구는 밤새 한숨도 자지 않았어요. 바로 미미였어요. 미미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과 새벽이 지나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꼬박 친구들을 지켰어요. 왼쪽으로 두리번 오른쪽으로 또 두리번 하면서요. 

잠에서 깬 울리는 미미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미미야, 너 한숨도 안 잔 거야? 

-응. 이 동굴의 입구가 열려있어서 좀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어느새 일어난 친구들은 모두 미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어요.


여섯 친구들은 다시 앞으로 앞으로 걸었어요. 쉬지 않고 한참을 걸었어요. 앞에는 넓은 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어요. 

-계속 이렇게 초원만 있는 걸까? 이렇게 가는 게 맞겠지?

알로이와 미미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먼저 저 쪽으로 다녀와볼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콜리는 빠르게 달려 나갔어요. 잠시 후 돌아온 콜리는 환한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얘들아, 강 줄기를 찾았어. 그 강을 따라가면 어떨까?

-그래. 강을 따라가면 바다에 닿을 수 있고, 가다가 목이 말라도 걱정 없겠다. 콜리야. 너무 고마워!

친구들은 강을 발견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길에는 어둠이 내려앉았고 또다시 아침이 밝았어요. 친구들은 다 같이 몇 번의 밤과 몇 번의 아침을 맞이하였어요.


어스름한 달빛 아래, 친구들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어요. 갑자기 래비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얘들아, 저 뒤에 번쩍이는 눈이 여러 개 있어. 조용히 모두 동굴 속으로 들어가. 

친구들은 일사불란하게 동굴로 뛰어 들어갔어요. 래비 덕분에 모두 무사히 피할 수 있었어요. 


-래비야, 넌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큰 귀로 기척을 들은 거야? 

-아니. 내 눈은 뒤쪽도 볼 수 있거든. 그래서 처음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뒤쪽도 보면서 가고 있었어. 

-정말이야? 그런데 왜 우리에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 

-응? 내가 너희를 지켜주는 건 당연한 거잖아. 너희도 나를 계속 지켜주고 있었고.


그 순간 울리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너희들은 모두 이렇게 우리를 서로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데… 나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어. 너희에게 받기만 했어. 

다섯 친구들은 말했어요.

-그렇지 않아. 너는 우리가 진짜 멋진 친구, 최고친구가 되게 해 주었잖아. 마치 하나의 팀처럼 말이야. 

-맞아. 우리는 뭐든 다 해낼 수 있는… 음… ‘숲 속 특공대’야.

-숲 속특공대? 와! 진짜 멋지다.    

-그리고 울리 덕분에 이 모험을 시작한 거잖아. 울리가 아니었으면 이 길의 끝까지 가볼 생각은 못했을 거야.

-울리, 네가 우리 숲 속 특공대의 대장이야.

울리는 마음 한편이 찡해왔어요. 

-내가 대장이라니~ 아니야. 우리 모두가 대장이야. 

그리고 말을 이었어요.


-알로이는 상처가 날 줄 알면서도 앞서 걸어준 ‘용기 대장’

후리스는 꼭 필요한 상처치료 풀과 과일을 구해온 ‘똑똑이 대장’

미미는 잠을 참아가며 우리를 지켜준 ‘지킴이 대장’

콜리는 먼저 달려가 길을 찾아준 ‘길 찾기 대장’

래비는 묵묵히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지켜준 ‘배려 대장’  

너희는 정말 모두 멋진 대장들이야.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울리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부엉이 할머니가 말씀하신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이 길 끝에는 네가 원하는 그것이 있단다.

그리고 이 길의 끝은 없단다.’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부엉이 할머니가 이 길의 끝에 있다고 한 것, 울리가 원하는 것이고 찾을 수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과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하는 친구들

내가 원하는 길은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끝이 없다는 것.


까만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울리와 친구들의 눈 속에도 별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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