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끄적거림

by 마이너리거

딸아이가 요즘 부쩍 향에 관심이 많은데

백화점엘 갔더니 향수를 시향해보고 싶데서 어지러울 정도로 향을 많이 맡고 왔다.

돌아서서 '내 취향은 다 아니다' 했더니

'엄마 취향은 뭐야?' 하고 묻는다

'엄마 원래 쓰던 거 있잖아 풀향 숲향 나는 거'

'그게 엄마 취향인건 어떻게 알았어?'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고 그 중에서 나랑 잘 맞는 걸 찾는거지 옷입는 스타일도 그렇고 립스틱 색깔도 그렇고'

'나는 내 취향이 없어'

'아홉살밖에 안 됐는데 더 경험해봐야 네것이 뭔지 알 수 있지 엄마는 사십가까이 되서야 이 향이 내 취향이구나 알았는데 또 그게 바뀌기도 해 예를 들어서 입맛도 취향인데 엄만 예전엔 고기를 좋아했고 생선은 싫어했는데 요즘은 생선이 더 좋아'

'아.. 나도 내껄 만들어야겠네'


이제 막 자기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꼬마아가씨가 별 말을 다 하네 싶다. 취향을 내가 정해줄 수는 없겠지만 선택지를 어떻게 주느냐는 내 몫인 것 같아 짧은 대화에 생각이 많아졌다. 폭넓은 선택지를 주어야지 하지만 폭넓다는 건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좋은 것들만 주어야할까, 나쁜 것도 섞어서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할까, 좋은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퀄리티인가, 선함인가, 아니면 또 다른 것일까


태양이 그랬는데 취미는 달라도 취향은 같아

그래 그러면 잘 맞겠다

취향은 살아온 경험들 중에서 좋아하는 것만 취한 것일텐데 경험이 비슷하고 거기서 가지고 오는 것이 비슷하다면 취미가 달라도 서로에게 맞춰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우리를 보니 참... 취미는 같은데 취향은 극과 극이다. 둘 다 음악은 좋아하지만 취향은 전혀 다르다. 예전에 락페가서 둘이 따로 놀고 공연끝나고 다시 만났다가 시간표보고 또 흩어지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음악은 서로 자기 것 듣겠다고 차에 탈때마다 싸우니 말이다.

뭐 좋게 생각하자면 그럼 아이들은 우리 가족 안에서도 다양한 취향을 배우긴하겠구나. 마흔이 넘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이제 겨우 난 이걸 좋아했었구나 하고 40년을 곱씹어서 취향정도 결론 낸 정도. 켜켜이 쌓아온 인생의 테이스트는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난 딥티크의 롬브르단로의 풀향을 좋아하는구나.

내 립에는 웜톤의 코랄색이 잘 맞구나.

하늘하늘한 원피스보다는 조거 팬츠를 좋아하고 남들이 다들 신는 크록스 어그는 나랑 안 맞구나.


평양냉면을 좋아하는구나 소의 내장을 좋아하는구나 고수많이 넣은 쌀국수를 좋아하는구나 국물떡볶이랑 순대는 간 허파 염통 다 거기에 납작만두도 있음 좋겠다 치킨은 뭐든지 좋은데 맥주는 에일보다는 라거지만 가리진 않는구나 위스키는 안 좋아하고 화학쓰레기 소주를 좋아하는구나 근데 나 배고프고 술 고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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