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에게 왜 이런 일이

2-1. 코로나19로 좌절된 교환학생

by Greenish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첫 증상이 나타나던 시기, 나는 인생 처음으로 자잘한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도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 없는 나에게 일본 교환학생 기회가 주어졌고,

겨우내 내 인생 중 가장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교환학생 자금마련을 위해 아침 일찍 동네 카페 아르바이트, 끝나면 강남에 일본어 회화 학원, 저녁엔 신촌 댄스학원을 갔다.

대학교 근처에 댄스학원 등록해 놓은 걸 일본 가기 전 얼른 털고 싶어서 본의 아니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경기 남부인들은 신촌이 얼마나 먼 동네인지는 공감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활동적이지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돌이켜보면 이런 나에게는 굉장히 압박적인 나날들이었다.


왕복 4시간의 스케줄을 하루 건너 반복하며 교환학생 준비를 하던 나에게 내 목표가 흔들리는 큰 이벤트가 터진다.


'COVID-19'


코로나는 대학교, 기숙사 배정도 다 끝난 나에게 비자 문제를 안겨주었고, 비자 문제를 해결하니 운항 스케줄이 말썽이었다. 당장 교환학생을 가지 못하면 다음 학기를 등록해야 하는데, 1년 휴학하며 준비했던 교환학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반학기를 추가로 휴학하며 한 달 정도 더 소식을 기다렸지만, 결국 나의 유학생활은 좌절되고 말았다.


공황은 그 사이에 터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불안감,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나를 좀먹고 있었고, 속에 곪은 무언가 터져버렸다. 코로나와 공황으로 '교환학생을 못 가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감과 '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내가 혼자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 두 가지 아이러니한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가도 안 가도 안 좋은 거라면,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게 아닌가.

교환학생을 가면 내가 열심히 준비한 것을 펼칠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못 가면 어차피 심신 미약의 상태에 집에서 휴식하는 것도 좋은 것이다. 어떻게 되든 이 럭-키비키적인 상황에 무너졌던 나는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무한 긍정인인 내가 또 나를 살리는구나 싶었다.


사실 그때는 무한 긍정회로를 돌렸지만, 아직도 나에게 코로나는 세상 가장 심한 욕을 해주고 싶은 존재이다.

그때 코로나가 안 터졌더라면, 지금 내 삶은 완전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교환학생을 가고 말고를 둘째치고 공황이 안 생겼더라면 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이제야 나를 인정하고 공황은 휘몰아치는 내 삶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준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상),

요즘도 가끔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면 이 XX 같은..! 싶다. (현실)


아직 나는 수양이 부족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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