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취준의 암흑기
그렇게 졸업을 앞뒀고, 나는 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막막했던 나는 닥치는 대로 자격증 공부를 했다.
차라리 공부가 쉬웠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니 잠깐이라도 버거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했던 시기, 나는 취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물론 필기, 실기 시험을 보러 갔을 때 터질 것 같은 심장에 시험장을 박차고 나갈까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나는 왜 남들에 비해 두 배 더 노력해야 하는지, 더 힘들어야 하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고 원망도 많이 했다.
한의원을 다녀보기로 했다. 진료 기록이 남는 게 두려웠다.
그 당시 나에게 정신의학과는 너무나 높은 벽이자, 취업을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는 내가 무슨 약을 먹는지, 무슨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권한도 권리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병을 썩혔나 싶기도 하다.
내가 다녔던 한의원은 정신의학적 질병들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매달 상담을 진행하였고, 심신안정을 위한 호흡법 등을 알려주었으며, 침 치료도 진행하였다.
정말 비쌌다. 이 돈을 냈는데 안 나아..? 싶을 정도로 비쌌다.
어머니는 치료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25살 먹은 백수 딸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가격이었다.
반년 동안 진척 없이 내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양약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나의 말에 그 한의원에서 큰 상처를 받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적으로 불안한 환자에게 '네가 약을 제대로 안 먹어서 그렇다, 양약 한 번 손대면 되돌릴 수 없다, 다시 우리 병원을 찾게 될 거다' 등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부었고, 뭐 저런 돈에 미친 병원이 다 있나 싶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한의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다.
각자 맞는 치료법이 있기 마련이고, 나는 한약이 듣지 않았다. 더하여 그 병원에 상처도 받았다.
그 이후 병원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병이라면 마음을 다스리면 되지 않겠는가. 매일 밤 호흡과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근데 이게 되겠는가? 나는 또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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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취업 등의 걱정으로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큰 트라우마를 겪기 전에 얼른 병원에 가보시는 걸 적극추천한다. 더 많은 증상을 경험할수록 공황에 대한 공포가 커지기에 초기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과거의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