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제 다룬 연극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 5월 11일 막 올려
5월 11일, 국립국장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연극이 막을 올랐습니다. 연극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은 지구의 수명을 24시간으로 가정할 때 종말까지 60초도 남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연극입니다.
11명의 배우가 맡은 역은 모두 ‘나’였는데요. 배우들은 기후 문제를 주제로 작품 의뢰를 받고 고민하고, 공부하고, 도망쳤다가 다시 펜을 잡는 연출가인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죠.
지난 15일 연극 상연 후 이어진 ‘예슬가와의 대화’에서 연출가와 배우들의 더 자세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6개월을 고민해도 알 수 없는 기후변화보다 기후변화 연극을 망칠 것이 더 두려운 자신을 마주하는데요. 전윤환 연출가가 자신의 치열한 고민과 솔직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연출가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전윤환 연출가는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차라리 공연을 안 하는 게 탄소배출에 낫지 않을까요?"란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답했습니다.
“과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지만 사람을 설득할 수는 없다”며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예술의 영역인 것 같다”고 과학자들이 말했단 것. 그는 연출가이자 예술가로서 관객들에게 기후 문제가 나의 위기, 내 주변의 위기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위해 자신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고민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단 것이죠.
기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연극 제작 과정에서도 여러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실천이 적극적으로 시도됐습니다. 국립극단은 저탄소 작품 제작을 위해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와 협력해 탄소배출 절감 방법을 실천했는데요. 가령 무대 도구와 의상은 최대한 국립극단에서 보유한 물품들이 사용됐습니다. 조명의 경우 백열등 조명은 30% 줄이고, 고효율 LED 조명을 사용해 에너지 사용량은 줄였죠.
뿐만 아니라, 배우 및 제작진 등 모든 인원에게 출퇴근 시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소요시간, 탄소배출절감을 위한 노력 등을 매일 설문조사로 수집했다는데요. 이를 통해 기존 대비 탄소배출감소량도 계산할 예정이죠.
아울러 관객들에게도 탄소발자국 측정을 위한 설문 참여 문자가 발송됐는데요. 전윤환 연출가는 공연 종료 후 그간의 모든 노력을 정리해 ‘기후 노트’를 출판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이번 연극을 비롯해 최근 기후 문제를 다룬 스토리텔링 작품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기후변화나 기후위기 등 기후 관련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고도, 기후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공했단 점에서 놀랄만 한데요.
허나, <기후비상사태>의 전윤환 연출가처럼 여전히 많은 작가·감독·연출가가 기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해합니다. 여기 막막한 ‘스토리텔러’들을 위한 지침서가 있습니다.
비영리 컨설팅 기업 굿에너지(Good Energy)가 제작한 ‘기후변화 시대 시나리오 작성을 위한 플레이북(A Playbook for Screenwriting in the Age of Climate Change)’입니다.
이 지침서는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등 콘텐츠 제작자가 본인의 스토리텔링에 기후 문제를 더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돕고자 제작됐습니다. 지침서 제작을 위해 영화 및 TV 작가 100명 이상이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요.
지침서 안에는 스토리텔링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제 과학 기반의 데이터, 사례 및 인터뷰가 수록돼 있죠. 굿에너지는 이 지침서를 활용하면 시트콤부터 드라마, 판타지, 느와르 등 장르를 불문하고 기후 문제 스토리텔링을 시도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가령 시트콤 주인공이 이웃의 태양열 발전기를 훔쳐 전기칫솔을 충전하거나, 채식 점심 뷔페에 돼지갈비를 몰래 집어넣는 활동가를 등장시킬 수 있죠.
마블 영화 세계관(MCU)의 성격 고약한 토니 스타크나 영화 <돈룩업>의 유유부단한 민디 박사 모두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지구를 위해 노력합니다.
지침서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가 우리를 더 잘 대변하고, 더 많은 이를 공감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기후 문제를 다룬 이야기들을 어디서 더 만날 수 있을까요? 때마침 기후 문제 스토리텔링이 담긴 영화를 만나볼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6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2022 서울국제환경영화제>입니다.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에코버스(Ecoverse)’로,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환경 가치를 이야기한다는데요.
“기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영화제”란 최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소개 문구처럼, 기후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