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날. 첫 번째 장.
겨울의 폼이 나는 날씨다.
이런 날에는 커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오늘 그림도 커피였다.
그리다가 문득 내가 커피를 언제부터 사랑했었지 생각하다 써보기로 했다.
나의 사적인 커피의 역사
동네 어른들이 우리 집에 와서 커피, 설탕, 프림을 배합하기 시작했을 때가 처음이었을 거다.
어른들이 워낙 맛있게 드시니 어린애 눈에도 맛있어 보였겠지.
하지만 어리다고 맛도 못 보게 하셨다. 그래서 프림만 타먹었던 기억이 난다.
프림만 타먹어도 맛있었다. 물론 몰래 타먹었지만. 쓰면서 생각해 보니 몰래 타먹을 거 이왕 커피도 마셔보면 됐을 텐데, 착했네. 그때는 착했어.
그렇게 어린아이는 자라자라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중학교 때는 커피를 잘 안 마셨던 것 같다. 기억이 별로 없는 걸 보면 말이다.
중학교 때는 우유를 좋아했던 기억이 진하다.
중학교 때는 목이 마르면 우유를 벌컥벌컥 마실 정도로 흰 우유를 좋아했었다.
계속 그렇게 먹었어야 했는데.. 하. 이제 와서 후회한들 키는 더 이상 안 큰다.
우유를 안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라던 키가 멈춘 듯하다. 왜 그랬어? 나 자신.
그렇게 고등학교 때 에이스와 자판기 커피라는 궁극의 조합을 알게 되고 만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에이스를 먹었던가,
에이스를 먹기 위해 커피를 뽑았던가,
그게 뭐가 중한가.
그때의 그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이었으며, 바늘과 실이고, 펜과 종이 같은 운명공동체였다.
그러나 그들은 안타깝게도 허벅지의 살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커피는 커피만으로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원두커피를 처음 만난 순간을 아직도 분명하게 기억한다.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커피를 커피로 인지했던 순간일 것이다.
그날의 아침을.
--얼마 못 썼지만 밤이 늦었으므로 내일 이어서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