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해소, 니 덕이야.

뭣도 아닌 관계라 쉬웠니?

by Green

아무리 미워도,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억울해도, 아무리 슬퍼도... 헤어짐을 결심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하나.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를 온몸으로 느낀 순간엔 피어올랐다. 단호함이. 역설적이게도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 가치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유지하고 싶었던 관계에 힘을 빼게 되었다.


브런치에 한때 이혼을 주제로 한 글이 top10을 빼곡히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이혼이 이렇게 흔한 시대가 되었다니’하면서 씁쓸해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그 주제로 글을 적어보게 될 줄이야.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결혼 1년도 되지 않아 잔혹하게 진행 중이다.


그의 일방적인 침묵이 이어진 지도 4주째. 솔직한 체감은 하루가 한 달 같았다. 며칠 사이 그간 찌운 살이 쏘옥 빠지고 입맛 없음과 울렁거림을 달고 있다. 슬픔, 분노, 억울함, 두려움... 어떠한 감정으로든 울지 않은 날은 손에 꼽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도 더 하고 더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렇게 다했지만, 내 노력과 다르게 그는 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자기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대화를 요청하는 나를 차단할 뿐이었다.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사소한 갈등으로 시작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균형이 맞지 않는 일방적인 소통차단과 퇴거 통보...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


그럼에도 최소한, 그의 것인 신혼집 앞에 홀로 서있었을 나를 걱정하리라 생각했다. 나의 상처보다 그를 존중하며 건넨 마지막 대화 요청엔 응하리라 생각했다. 나 혼자의 기다림이었다. 부부의 신뢰가 깨지고도 바랐다. 회복을. 그러나 현실은 나만의 기대임을 뼈저리게 마주하고 있다.


이제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걱정이 되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쓴다. 무너지지 않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툭치면 나오는 눈물을 눈이 시릴 때까지 머금고 머금는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않는다. 그의 무례한 갈등 대처 방식에 유감을 표한다.


잘 가라. 돈은 주고 가라. 막돼먹은 놈아.

덕분에 난 꽃길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