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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Mar 26. 2022

ㅋㄹㄴ에 걸린 내 마음 다스리기

 이 글은 양성 판정을 받고 누군가를 향한 분노, 원망의 마음을 다스리고 일주일간 어떠한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할지 정리하는 글이다.


면역력 저하

  2박 3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하루에 중요한 미팅이 6건 잡힌 건이었고 횡성에서 출발해서 대전, 정읍, 장성, 대전을 찍는 긴 여정이었다. 불과 이틀 전 월요일, 신장내과의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갔다가 '면역력이 너무나 떨어졌으니 관리가 필수'라며, 기본적인 면역력 높이는 조언부터 식단 조절까지 이야기 듣고 왔다. 

 그럼에도 병원을 다녀온 그날 저녁부터 출장 전날까지 시간 외 근무를 하며 일을 해치워야 했다. 그리고 수요일, 쉴 시간 없이 퇴근 후 밥도 먹지 못한 채로 대전을 향했다.

 

말을 많이 했다는 변명

 사업을 제안하는 미팅이었으니 말을 많이 하긴 했다. 그러나, 팀장님의 기침소리는 뭔가 수상했다. 

"팀장님, 목소리가 많이 안 좋으세요. 기침도 많이 하시는데 괜찮으신 거예요?"

"아 네, 제가 원래 식도염이 있어서 기침을 자주 해요"

저 멘트는 팀장님이 코로나 같다는 의심에 확신을 주었다. 주변에서 '원래~~ 해요'라는 말을 해놓고 1주일 내로 확진된 경우가 허다했기에.

 목요일이 지나 금요일 아침, 팀장님의 걸걸한 목소리와 잦은 기침, 점차 들리는 가래소리까지. 같은 차를 타고 몇 시간씩 붙어있는 게 불편했다. 가능한 떨어져 앉고 싶은데 매 순간 팀장님 옆자리, 앞자리는 내 차지였고, 돌아오는 차 안의 갇힌 공간에서 마스크가 코까지 내려올 정도로 열정적이고 우렁찬 목소리로 회사 이야기를 하셨다. 찜찜 그 자체. 나라도 입을 꾹 다물어야지, 나라도 마스크 잘 써야지, 나라도 수시로 손 씻어야지... 대놓고 팀장님에게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하니 말씀 그만하시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을 수 없는 위치라 그냥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솔직히 싫었다. 


왠지 긴 것 같은 직감

 사실 지금까지는 코로나 안 걸릴 줄 알았다. 주말에 도시로 오가지만 주로 숲 속 청정지역에 있는터라 걸릴 거리가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2년 넘는 시간 동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경험도 없었기에 코로나를 의심해본 적 없이 지냈다. 그러던 이번 출장에서 딱 느껴졌다. 팀장과 함께 하고 있는 공간이 매우 위협적이란 직감.  모든 일정이 끝나갈 무렵, 목이 간질간질해졌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기엔 정확히 간지러웠고 잔기침이 잦아졌다. 

"저도 목이 간질간질한데, 다들 괜찮으세요? 저희 다 검사해봐야 할 것 같은데..."

"출장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걸 거예요, 이제 가서 푹 쉬어요"

 그렇게 안일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왠지 긴 거 같은 직감에도 길가에 내려졌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고 의료진의 오류를 경험한 나로서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신념이 있다. 피곤해도 목이 간지러운 적은 없었다. 심지어 따뜻한 남쪽 지역에 있었는데 기침이라니. 팀장님한테 옮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주말에 팀장님의 부재중

 출장이 끝나고 자정이 되어 집에 들어왔다.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 쌓였던 피로를 풀었다. 생각보다 목은 괜찮았지만 의심은 여전했다. 계속 걱정하는 내게 엄마는 자가 키트를 챙겨주셨다. 그때 발견한 핸드폰 화면에 팀장님의 이름이 찍힌 부재중 알림. 여유로운 주말에 전화라니. 느낌이 싸하다. 전화를 받은 팀장은 아무렇지 않게 '몸은 괜찮은데, 동생이 임신을 해서 만나기 전에 검사해봤더니 양성이에요'했다. 그 뻔뻔스러움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러니까 어제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냐, 검사하자고 하지 않았냐며 큰소리를 냈다. 나에겐 몸 안 좋으면 자가 키트 해보고 음성이면 출근하라 했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기에 더 분노가 치솟았다. 경고를 듣고도 무시한 안일함과 이 순간에도 잘못된 대처, 그리고 미안한 기색 없는 인간적인 부분도.(사실 코로나 걸린 것도 별로인데 누구에게 미안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주변에 걸린 이가 있어도 탓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왔다. 그러나 적어도 차라는 갇힌 공간에 오랜 시간을 있는데 투머치 토크는 자제했어야지, 마스크를 벗고 있을 때에 기본적 예의는 지켜줬어야지. 언질을 주었음에도 감염될 수 있는 충분한 상황을 본인이 제공했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신 부작용도 심했던 터라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수도 있지만,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놀랍지 않은 결과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10분 채 되지 않아서 간호사가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양성 판정 확진자 안내문'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 짜증의 감정 이후로는 다음 주에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스쳐 지나가고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과 나 때문에 피해보지 않을까 가족과 주변 공동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위복

 나랑 겸상은 안 한다면서도 내 옆에 있어주는 아빠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걱정하시면서도 이 기회에 나의 연약한 면역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쁜 상황이지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 시간을 통해 더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보다 나음을 깨닫게 했다. 그래 비록 당장 다음 주에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들이 있지만 우선은 걱정을 내려놓고 나의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 분 내기를 그치고 어쩌면 필요한 쉬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다스려본다.

 소문은 어찌나 빠른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가 왔다. 그중 멋모르는 동생은 나랑 오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격리하느라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큰 소리 내지 못해서 전화로 대화하는 수준이지만 방 문 앞에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두고 간다. 하필 강원도 관사가 아닌 가족이 있는 집에서 격리 중이라 가족에게 미안하면서도 방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딱히 외롭지는 않지만 제발 누구에게도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기를 바란다.


호흡기 질환에 좋다는 쌍화탕, 벤치마킹하러 가던 이날에 증상이 나타났다지.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넘기기를. 우리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안전하기를. 부디 쉼이 되기를. 양성 판정에도 원망 대신 기대를 품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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