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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Mar 04. 2022

ㅋㅍ아 건강해줘

 아픈 사람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 주제로 몸의 이상증세를 쓰고 싶지 않았지만, 화장실을 갈 때마다 빈번히 떠오르는 사실이라 피할 수 없이 기록해본다. 


 딱 일주일 전,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본 소변 색이 이상했다. 짙은 주황색이라 해야 하나, 냄새도 나고 내 것 같지 않았다. 이후 점심시간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려던 찰나 놀라서 소리쳤다. "나 어디 아픈가 봐!" 옆 칸에 있던 직원도 소리쳤다. "아프면 안 돼요!!" 이 대화를 들은 다른 직원은 맘대로 아프지도 못한다며 웃었다. 함께 웃어보았지만, 나에게서 나온 거라고 믿기 어려운 시뻘건 소변은 웃어 넘기기엔 수상했다. 충격적인 색에 시선이 뺏겨 변기의 3/4을 채운 거품을 인지하지 못했다. 신기한 경험을 한 것처럼 뛰어가서 치유지도사 선생님들에게 이 증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들은 진지해지더니 지금 당장 병원을 가라 했다. 이러쿵저러쿵,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 병가를 써야 하나,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등 떠밀리듯 병가를 내고 동네병원을 향했다. 


 증상을 듣더니 첫 번째 의사는 요로감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허리통증이 있다고 하니 소변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며칠 뒤 혈뇨와 단백뇨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를 설명해주는 두 번째 의사는 요로감염이 아니라고 신장내과를 가볼 것을 권했다. 또 며칠 뒤 두 번째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엔 혈뇨가 나오지 않았다. 두 의사 선생님은 어떤 말도 확실히 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무식이 약이라고, 신장에 대해 무지한 나는 '시간 지나면 괜찮겠지, 뭐 안 좋아도 약 먹으면 낫겠지' 했다.


 이상스러운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 중엔 신장 이식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 한 명은 15년 이상 가까이서 봐온 교회 집사님, 한 명은 마침 1:1 면담을 신청한 감사실장님이다. 그들은 젊을 때 혈뇨와 단백뇨를 발견했고 사구체신염으로 시작해서 수년의 투석, 그리고 이식, 끝나지 않은 약물 복용 중이다. 전문가가 된 그들에게 듣는 '신장이 안 좋으면 겪게 되는 이야기'는 꽤나 두려웠다. 특히, 망가진 신장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 잠깐 아프고 마는 게 아니라는 것. 그걸 알고 나니 내 콩팥이 건강하기를 바라게 됐다. 사실, 이 증상의 심각성을 알기 전에 어디든 아프면 잠시 휴직하고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했다. 그런 쓰잘데없는 생각은 입밖에 내지도 말아야지. 


 하루에도 화장실을 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하루 걸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다행히도 소변 색은 점점 평범해졌다. 일주일이 된 지금은 마음에 드는 색이다. 수 리터의 물과 함께 흘려보내는 소변에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병원에선 초음파 검사를 권했고 나름 튼실해 보이는 신장을 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만, 단백뇨는 여전히 수상하다.). 


 이제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있던 기운마저 사그라들 수 있겠다 싶다. 염려가 병을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 이 순간부터는 나는 건강하다고 외쳐야 쓰겠다. 콩팥아 건강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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