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진 않지만 이상하게 행복했던 한 주의 기록이다.
적응하며 남들과 다른 고통을 겪은 지 2달, 그리고 이번 주는 꽤 행복했다. 무엇 때문일까? 이전 같으면 흘려보냈을 일들을 앞으로의 적절한 위기개입을 위해 돌아본다.
1. 나와 가까운 동생과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이별을 하고 서로가 서로의 일상 응원자가 되어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와 공유하는 대화는 슬픔보다 웃음이 되었고 그때 알게 되었다. 연애 외에 내가 잊고 지냈던 기쁨과 자원이 많았음을. 다시 다채로웠던 내 삶을 찾는 것이 행복했다. 자유나 해방이보다는 어린 시절 보석함을 다시 발견한 기쁨 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앞으로는 균형 있는 관계형성과 개인의 삶을 즐거이 보내기로 다짐해 본다.
2. 퇴사를 생각하게 됐다. 새로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어서. 대책은 없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해맑게 해내던 내가 서른이 되고 어느덧 안정의 맛에 풍덩 빠졌다. 불안한 미래를 두고 기도하고,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인도를 받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지금은 재정도 직업도 갖췄는데 도전하는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다. 새로움을 추구해도 안정을 추구해도 나는 잘 자랄 테니 두려움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런 깨달음도 위에 언급한 동생과 시간을 보내다 얻었다.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음에 감사감사.
3. 날이 좋았다. 하늘이 맑아 저 멀리 산이 보이고 훌쩍 자란 잎들이 선명히 보이는 그런 날들. 바라만 봐도 좋은 날, 중2 아이들과 뛰어놀았다. 체력적으로 부족하지만 재밌게 놀아줄 아이템들은 잔뜩 준비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을 맛보기식으로 조금만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신나 하는 애들을 보니 그간의 업무 스트레스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 순간은 퇴사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시기에만 있는 풋풋함과 활발함에 나 또한 몰입되었다.
4. 직장인이지만 대학원생으로서 배움이 있다. 혼란스러운 내가 조금 더 건강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청한 타전공수업, 위기개입과 상담. 전문적인 지식은 아직 섬처럼 떠있어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매주 내 생활에 적용해보고 있다. 내가 과각성되는 때는 언제인지, 그때 내게 충족되지 않은 요소는 무엇이었는지, 나를 회복케 하는 자원은 무엇이 있는지 등. 낯설지만 나를 알아가는 일이라 굉장히 흥미롭다. 이번 주 수업에서는 자신이 나무가 되어 몸을 움직여보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써보며 나라는 나무는 깊어지고 풍성해져 간다. 나의 나무의 청소년기로 표현한 모습은 마음 아프면서도 귀여웠는데 보다 보니 현재 나의 삶으로 재해석되었다. 전신주에 걸기적 거려 댕강 댕강 잘린, 그러나 강한 생명력으로 귀여운 잎을 내고 심지어는 더 많은 가지를 뻗어낼 그런 나무.
5. 이렇게 기록하는 것도 위기 개입의 한 방법이다. 조금 늦은 발행이지만 산뜻하게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