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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낼까

무표정, 짜증, 침묵… 아이들이 보내는 ‘마음의 구조 신호’

by 녹색땅

아이들은 절대 곧장 “나 힘들어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몸짓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침묵으로 먼저 말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단정’해버리는 순간,

아이들은 그 말을 삼키고, 점점 더 깊은 내면으로 숨어들게 됩니다.


우리가 진짜 들어야 할 말은,

바로 아이들이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하는 구조 신호입니다.


“저 좀 봐주세요”라는 말은 이렇게 들립니다

한 아이가 방 안에서 불을 끄고 한참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부모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주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갑자기 무표정해지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지며,

“그냥 몰라요”, “아무 생각 없어요”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이 모든 모습은 사실,

“지금 나 너무 힘들어요. 누가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입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정면으로 요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관심을 피하는 듯한 행동 속에

더 깊은 ‘도움 요청’이 숨어 있습니다.


감정은 ‘침묵’으로도 분출됩니다

심리 상담 현장에서 종종 만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손장난만 하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가 탁자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고,

작은 낙서를 하다 어느 순간 ‘비 오는 날 우산을 안 들고 있는 사람’을 그렸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을 ‘마음의 문이 열린 첫 신호’로 인식합니다.


이처럼 아이들의 마음은 반드시 언어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보다 비언어적 신호에 정서의 본질이 더 명확히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표정은 감정 소진의 대표적 신호입니다.

짜증은 혼란스러운 자기 보호입니다.

침묵은 두려움과 방어가 겹쳐진 표현입니다.

이 신호들은 결코 ‘태도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나는 지금 무너지는 중이에요”라는 깊은 외침이 들어 있습니다.


아이는 ‘버텨내고’ 있는 것이지, 괜찮은 게 아닙니다

어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얘는 멀쩡하잖아. 밥도 잘 먹고 학교도 가고.”

하지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가장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눈치를 봅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어른이 무거워지면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보다

‘자꾸 반항하는 아이’가 더 건강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할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감정이 굳어지고, 표현 자체를 포기한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외부와의 연결을 점점 끊으며, 내면에서 고통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어른은 어떻게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아이의 변화 속에 있습니다.

아이가 평소보다 말이 줄었다면, 그 줄어든 말의 무게를 주목해야 합니다.

즐기던 활동을 ‘그냥 재미없어’라며 포기했다면, 그 뒷배경을 물어야 합니다.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면, 심리적 안전지대가 무너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감정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응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니?”, “짜증 좀 그만 내라”는 말 대신,

“혹시 오늘 너한테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 어떤 기분인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네 곁에 있고 싶어서 그래”

이런 말이, 아이의 구조 신호에 닿는 어른의 언어입니다.


상처받은 아이는 ‘감정 통역자’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어휘도 없고,

울음을 똑바로 쏟을 공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신호를 보냅니다.

‘눈을 피하는 시선’, ‘문을 세게 닫는 행동’, ‘방 안에 틀어박히는 침묵’으로.

그 신호를 어른이 해석해주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처음으로 숨을 쉽니다.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건 거창한 조언이나 훈육이 아닙니다.

“나는 너의 그런 감정도 알아차릴 수 있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네 편이야”

이런 말 없는 동행이 아이를 다시 일으킵니다.


마무리하며

상처받은 아이는 표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무표정, 짜증, 침묵—

그것은 모두 SOS 신호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아이의 방식이 바뀐 것일 뿐, 메시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 신호를 더 예민하게, 더 따뜻하게 감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어른이 아이를 지키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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