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온 정성과 힘)을 다한다는 것
나는 어쩌면 아무것에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는 건 아닐까?
최근에 본 책(혹은 오디오북으로 들은 책) 어딘가에서 본 글귀 하나가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문득문득 글귀가 떠오르는 걸 보니 말이다.
짧게 요약하면 모든 일에 진심으로 다 하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모든 일에 진심을 다 하라니. 진심이란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참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의 본체를 말한다.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치 않게 대한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으련만, 앞에 붙은 '모든 일'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서는 [진심을 다한다 = 최선을 다한다]로 정리가 되었다. 모든 일에 진심을(최선을) 다 한다니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라고 생각했다.
그 책에서 든 예시마냥 집안일 하나에 진심을 다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체력과 시간이 소요된단 말인가?
그러다 보면 나는 책 읽기, 글쓰기, 영어공부하기 등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그냥 무심히 넘겼고(넘겼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빨래를 꺼내 세탁기에 던져 넣고 눈대중으로 세제 넣어 대충 돌린 후, 후다닥 건조기로 옮겨놓고 로봇청소기가 돌아갈 자리가 생기게 설렁설렁 물건 정리만 해놓고- 하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에 청소 루틴을 정하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않게 신경 쓰며 지내는 중에..
오랜만에 보았다.
남편이 개어놓은 우리 아기의 손수건.
아기를 낳기 전에 미리 사다 놓은 손수건을 빨고 갤 때는 나도 저렇게 반듯반듯하게 해 놓은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에이, 어차피 한 번 쓰고 다시 빨아야 하는데 뭐'라는 마음으로 제대로 털지도 않고 걸어놓는 수준으로 말린 손수건을 건조기에 넣어 먼지를 턴 후, 그대로 빠르게 휙 접어버리게 되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부터 여유시간이 늘어나 한동안 대부분의 집안일은 내가 했기에 잊고 있던 남편의 집안일 솜씨는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있던 책의 글귀를 떠올리게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편은 항상 진심을(최선을) 다 한다.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할 때도 그렇고, 수건이나 손수건 같은 빨래를 갤 때도 각을 맞춰서 정성스럽게 다리듯이 접는다. 자신의 물건을 늘 같은 곳에 정리해 두고 이물질이 묻었다면 정갈히 닦아서 놓는다.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
그런 모습이 참 좋았고 성실해 보였다.
그런 모습이 좋아 보였다면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
사실 집안일을 후다닥 끝내고 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고 해도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쓰고 읽지는 않는다.
책 읽어야 하니까 영어공부도 후다닥,
아기 낮잠에서 깨기 전에 책도 후다닥,
맥주 한잔 하며 티비 보기 전에 글쓰기도 후다닥.
집안일뿐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행동이 뒤에 있을 다른 무언가를 위해 해치워야 할 일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마치 대충 하는 게 습관이 된 것처럼.
이런 나를 인지하게 되었어도 여전히 난 아기의 손수건을 대충 개어 놓을 때가 있고 별생각 없이 다음 날 해야 할 일(이라 적고 하고 싶은 일이라 읽는다)을 나열하듯 적는다.
그래도 순간순간 의식적으로 진심을(최선을) 다해 빨래를 개며, 습관적으로 해치우려는 태도를 하진 않았나 뒤돌아 본다.
내가 남편이 개어 놓은 손수건을 꺼내며 좋은 기분을 느낀 것처럼
나의 남편이, 아기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혹시나 내 글을 읽을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진심을 다해 보자. 손수건 하나에, 반찬 하나에, 내가 쓰는 글 하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