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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Mar 10. 2023

화려한 조명이 감싸주지 않아도.

10년째 블루오션

 올해 3월, 드디어 복직이다.

'드디어'라는 말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드디어'라는 단어에서 내가 복직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망설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가 휴직 중인 것도, 언젠가 복직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을 만큼 그저 하루하루 먹고 자는 것에 열중해 있었고, 다음에는 어느 순간부터 들리는 잘 나가는 동료들을 부러워하며 하루빨리 복직하기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가 주는 사랑에, 또 여유 넘치는 시간에 허우적거리며 잠시 복직을 잊기도 했다. 


 내가 잊었든 잊지 않았든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2년이 채워졌고 복직원을 제출하고 얼마 뒤, 복직을 위한 준비 중 하나로 연수를 들어야 했다. 행정부터 수업(개정 누리과정), 학부모상담까지 복직 후 맞닥뜨릴 전반적인 어려움을 전체적으로 다루었는데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연수 주제는 [유치원 생태전환교육]이었다.

환경과 관련된 교육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명칭이 변경되었을지언정 시작된 이래로 멈추지는 않았는데 이번 '이름'은 생태전환교육인가 보다. 최근 동물이나 환경 혹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무척 귀찮은 대면연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을 안고 참석을 했다.


 연수자료로 직접 만든 ppt자료를 보이며 시작한 생태전환교육연수는 깔끔했다. 첫 대면연수로 많은 연습을 한 것으로 보이는 동료교사이자 강사는 여리고 수수해 보였다.

대감에 자리도 앞으로 바꾸어 앉으며 강사와 ppt를 번갈아보던 반짝였을 나의 눈은 점차 찬기를 띄었다.  1,2교시를 채우던 많은 사진과 예시, 화려한 언변에 비해 3,4교시는 너무나 빈약했다. 내가 예상한 환경에서 내가 알고 있는 뻔한 수업사례 나눔이 이어지자 갈 곳을 잃은 나의 시선은 결국 태블릿과 펜슬에게 고정이 되었다. 20분 정도 헛헛한 마음으로 펜슬만 돌리던 때, 강사의 말이 문득 귀에 꽂혔다.


"제가 생각하고 연구한 생태전환교육은 지속가능하게 하는 거였어요, 모두가 지치지 않고 하는"


어, 방금 내가 말한 건가?

내가 브런치라는 곳에서 글을 쓰고자 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게, 비일관적으로 친환경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함이었다. 쉽게 말하면 모두가 지치지 않게 지속가능한 친환경태도를 가지게 돕는 것. 

다시 강의내용이 들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환경 하나에만 매달릴 수 없는, 행정직과 교직과 상담사를 넘나드는 그 어딘가에 위치한 유치원 교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아이들이 생태적 에티켓(생태페다고지-우석훈 책에서 인용)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점검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에 실망을 하였던가.

많은 사진이 없음에?

내가 모르는 특별한 수업이 없음에?

현란한 말솜씨와 유머가 없음에?


 비일관적이게 친환경적인 태도라도 가진 이들이 많아져야 내 꿈이 이루어지고 지구가 살아날 수 있다. 그렇지만 비일관적인 나의 태도는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으리라. 멋들어진 연구나 수업을 할 깜냥도 안 되지만 복직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태적 에티켓을 키워나갈 때 교사인 내가 가진 친환경태도를 반성하고 점검할 수 있게 내가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그 어딘가에 있을 선을 잘 지켜나가길 내 자신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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