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 Jan 30. 2023

12월의 푸른 식탁

아기도 소화가 안 되는 추운 날씨

 내 아이는 크리스마스 즈음 두 돌을 맞이했다. 12월이겠다, 크리스마스겠다, 들뜬 마음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시기라 열심히 새로운 반찬들을 시도해 봤는데 아이가 너무 안 먹기 시작했다.

'원래 애들은 안 먹는 기간이 있긴 해'라는 말을 들으며 어영부영 4-5일 정도가 지나갔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먹다가 배가 고프면 우유를 달라고 표현하였는데 하루에 100ml도 못 먹었다. 먹은 게 없으니 변도 안 나와 신경이 온통 아이가 먹는 것과 싸는 것에  집중이 되니 나도 아이도 날카로워지는 거 같아 결국 소아과를 갔다.


"배에 가스가 좀 찬 거 같은데, 그것보다 장이랑 위가 운동을 안 하는 거 같아요,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배도 묵직한데 응가도 안 나오니 속이 불편해 안 먹는 거죠."

날이 추워지면 장이랑 위가 운동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단다, 쉽게 말해 소화불량이랄까. 결국 위랑 장 운동을 돕는 약을 처방받아먹었는데 쉬이 나아지질 않았다. 중간중간 과자를 찾을 때도 있었지만 가뜩이나 소화가 안 된다는데 과자나 주스를 줄 수 없어서 약 2주간 간식은 과일 외에 먹지 않았다. 하루에 한 끼에서 점점 늘어나 하루에 한 끼 + 간식, 하루에 두 끼 이렇게 서서히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보름 정도 지나니 본래 컨디션과 식사양으로 돌아왔다. 안 먹는다고 안 해줄 수도 없고, 좋아하는 반찬 조금씩 해주었는데 그건 결국 다 내 입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먹다 남긴 밥을 며먹다 보니 묘하게 서러웠다. 맛있으라고 한 밥이고 건강한 밥상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이(내 새끼여도 내가 아니니 남은 남이다) 먹다 남긴 음식들. 버릴 수 없으니 먹었는데, 나중엔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오빠 음식은 맛있어? 새 거 먹어서 좋겠네"라는 비꼬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2월의 아침

안 먹는 기간 동안 아이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준비는 했다. 역시 나의 아침은 몹시 소중하니 11월의 아침 식단과 비슷하다.


- 밤새 불린 오트밀과 견과류

- 사과 

- 유부초밥

- 고구마라떼

- 브로콜리 수프 + 비건 현미식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이 신경 쓰여 뭐라도 챙겨주고 싶었는데, 이 남자 몹시 단호하게 일관적으로 먹지 않는다. 그나마 사과는 한쪽이라도 먹어줘서 고울 따름이다.

브로콜리 수프를 시도해 봤다, 감자와 함께 삶은 뒤 핸드블렌더로 곱게 갈아 폭 끓여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12월의 저녁

여전히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주가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는데 아이가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서 '고기'를 더 기피했다. 너무 안 먹나 싶어 비싼 등심국거리로 다양한 국으로 끓여봤는데, 그 누구도 먹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아이는 국물만 조금 먹고 끝, 나는 먹다 남은 고기는 정말 먹기 싫어서 패스, 남편은 먹다 남은 고기도 싫고 간 안 된 국도 싫어서 패스.

음식물쓰레기를 줄여보려고 노력 중인데, 여러 이유로 어려운 요즘이다.


- 미밥, 소고기미역국, 두부구이 (두부를 그냥 구워서 주면 잘 안 먹기 시작했다, 두부조림으로 해줘야 하나- 고민 중)

- 두부볶음밥(두부를 마른 팬에 기름 없이 으깨어 볶으면 식감이 좋아져서 그런지 꽤 잘 먹는다.) 시금치무침

- 쌀밥, 황태뭇국, 브로콜리귤무침(이유식 때부터 시작된 최애 반찬), 들깨버섯볶음

- 소고기매생이떡국 (보통 매생이굴떡국을 많이 끓이는데 굴이 싱싱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초보주방장은 그냥 아무것도 넣지 않거나, 새우 혹은 소고기를 넣는다.)

- 현미밥, 감자전, 김치

- 토마토 파스타(직접 토마토를 데치고 잘라 만든 소스! 토마토의 새콤한 맛이 업그레이드되었다) , 비건 식빵

- 쌀밥, 콩나물두부국, 멸치, 김


간식 : 바나나, 키위, 배, 블루베리스무디, 견과류, 요거트, 떡케이크 등


 이번 달은 로콜리와 버섯이 늘  냉장고에 있었다. 브로콜리는 씻어서 데쳐놓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브로콜리와 버섯다양한 반찬에 요긴하게 쓰였다.

그렇지만 이번 달의 일등 공신은 [케이크]다. 안 먹던 와중에 생일을 맞이해 고민하던 중 친정에서 동생이 떡케이크를 사다 파티를 해주었는데, 백설기케이크 안에 가득 들은 단호박, 강낭콩, 완두콩 등이 맛있었는지 꽤 잘 먹었다. [아기김치]도 빼놓 을 수 없지! 아삭 새콤한 김치 하나 올려주면 떡도 한 입 더, 죽도 한 입 더 먹었다.

이번 달도 알차게 잘 먹었다!


* 소화가 안 될 때는 찹쌀죽이 최고라 한다, 소화에도 용이하며 포만감(에너지)도 주고! 또한 과일류도 적게 먹는 게 좋은데 그중 키위는 소화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털부츠는 어디에서 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