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약한 사람
내 뒷모습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도 함
난 다른 사람의 등에 약하다. 다시 말하면 뒷모습에 약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무 정보 없이 보이는 그 뒷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각색되어 서글픔 비참함 외로움 등과 같은 감정으로 읽힌다.
이런 내 생각을 안다면 앞서 가는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볼지도 모르겠다.
혼자 소설 쓰고 있으니 말이다.
며칠 전, 퇴근길에 본 한 아이가 엄마를 여러 번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가 쳐다보지 않자 곧 이웃과 말을 나누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또 혼자만의 소설과 영화를 만들었다.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엄마는 성인과의 대화에 목이 말랐던 걸까.
의식의 흐름은 며칠 전, 친정의 상황으로 향한다.
일에 치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운 거리를 몇 주 만에 들른 친정에서 엄마는 등을 보인채 말했다.
"반찬 해놨어, 가져가."
"아냐, 됐어. 안 가져가. 어차피 가져가도 안 먹어."
"... 왜? 엄마가 해준 반찬 맛없니?"
"... 아냐, 요즘 집에서 밥 잘 안 먹는 거 알잖아. 반찬이 아까워서 그래."
사실대로 말했음에도 차마 엄마의 등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보통 등, 뒷모습은 슬픈 감정으로 다가온다.
남한테 상처만 주고 산 삶은 아닌데, 자꾸만 미안해진다.
신나는 등을 보고 싶다.
'등'이 가진 역사를 바꿀 순 없지만 지금부터 다른 감정으로 덮어 버릴 수는 있겠지.
그래도 쉽게 엄마의 등에서 즐거움을 읽긴 어려울 거 같다.
그 등이 가진 역사를 아니까.
우리 엄마의 등이 신나 보일 때가 있다.
내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내가 엄마에게 한 최고의 효도가 아닐까 싶다.
엄마의 등을 보며 생각한다.
내 아이는 내 등에서 즐거움을 보길 바란다.
나도, 내 아이의 등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