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겠지
32개월을 지나고 있는 아이가 최근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뽀로로를 보다가 루피가 상어에게 잡아 먹힐 뻔했다며 서럽게 울기도 하고, 통통이의 마법에 친구들이 책 속에 갇히자 또 무섭다며 울었다.
왜 그러지-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나를 향한 집착도 강해졌다.
원래 이모(내 동생)랑 둘이 있어도 잘 놀고, 아빠랑도 밤잠을 들었는데 무조건 엄마랑 해야 했다.
카시트에서 내려주는 것도 엄마가, 큰 의자에 앉게 도와주는 것도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도 엄마가, 노는 것도 엄마가, 무조건 엄마가 해줘야 하고 안 그러면 무섭다고 울먹였다.
얼마 전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쓴 키즈노트에서는 심지어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전에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단다. (어린이집 적응 한 이후로는 엄마를 찾거나 운 적이 없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건가- 싶어 선배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이게 마지막 엄껌(엄마껌딱지) 시기라고 했다.
이제 이 시기가 지나면 엄마보다는 친구를 찾기 시작하니 엄마의 사랑을 요구할 때 재고 따지지 말고 먹고 떨어져라!라는 마음으로 듬뿍 주란다.
약간 희망이 생기는 말이면서, 조금은 서운해지는 말.
이제 이게 마지막 엄껌시기라니. 그동안 수많은 엄껌 터널을 지나면서 대체 언제 끝나나, 나도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째 이어진 엄껌 터널이 끝나긴 끝나려나 보다. (그럼, 나에겐 환한 빛이 있을까?)
재고 따지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사랑을 퍼부어줘야지, 아이가 지나는 엄껌시기가 서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물론, 늘 그랬듯이 내가 또 먼저 나가떨어질 테지만...
나와 같은 곳에 앉아 나와 같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아가야, 이제 엄마라는 문을 열고 너만의 창을 만들어 세상을 보겠구나. 네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 사랑과 함께의 의미를 알게 되었어.
너는 내 옆에 여전히 있겠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겠지. 그래도 지난 시간을 그리워만 하고 아기 때의 너만 생각하지는 않을게. 앞으로 변해 갈 너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볼게.
그래도, 엄마로서의 나에게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은 지난 3년간이었을 거야. 너무 고마웠어.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