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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ul 27. 2024

엄마는 유치원 가서 일을 할테니 너는 어린이집을 가거라

말처럼 쿨하지 못한 엄마

(5월에 임시저장 해 둔 살짝 쉰 글)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유치원 행사를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를 할 게 많았다. 계획과 준비는,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계속 늘어가기 때문일까. 유치원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느라 내 아이의 어린이날은 잊고 있던 시기였다. 어쨌든 그날도 아이는 늘 그렇듯이 저녁 6시 30분 쯤 하원을 해 집에 왔다. 그 날은, 어린이날을 앞 둔 5월 3일 금요일. 행사 뒷정리와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저녁 8시 가까이에 집에 들어온 엄마(나)를 반기는 내 아이를 얼싸안고 회포(?)를 푸는데 남편이 말했다. 


"오늘 가보니까 복덩이만 있더라."

"오잉? 그래? 몇시에 갔는데?"

"6시 20분 쯤?"

"금요일이라 다들 석식먹고 바로 갔나보네?"

"아닌데? 오늘 석식은 복덩이만 먹었다고 하던데?"

"뭐??????? 그럼 어제는???"

"이번주는 어린이날 때문인지 거의 일찍 데려갔나 보더라고."

"............뭐???????? 와...."

"어쩐지 복덩이가 요즘 계속 '아빠 일찍와~, 아빠 늦게 오면 안돼, 아빠 복덩이 언제 데릴러와?'를 아침마다 얘기하더라고. 얘 그런 말 잘 안하잖아."


시큰해지는 콧망울을 괜히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 아무 잘못 없는 남편을 째려보다가, 몰려오는 죄책감을 애써 밀어내고 성심껏 아이와 함께 놀기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정갈하게 몸을 씻고 내일을 준비하던 나를 보며 복덩이가 말했다. 


"엄마 내일 무슨 요일이야?"

"내일은 화요일이지."

"그럼 엄마 유치원 가? 안 갈 수는 없어?"

"가야지, 엄마는 유치원에 가서 일을 할테니 복덩이는 어린이집 가서 놀고 있어."

"복덩이는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있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지! 우린 서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거야."


쿨하게 내 뱉은 말과는 다르게 쿨하지 못한 나는 살짝 잠을 뒤척였고, 5월 7일 화요일 출근과 동시에 '5월 10일 금요일 육아시간 사용'을 나이스로 상신했다. 보통 금요일에는 아이들이 일찍 하원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애타게 기다리던 금요일. 그러나 일은 꼭 퇴근 시간 전에 온다. 갑작스런 입학상담 문의 전화로 통화를 길게 하고 유치원 가족 운동회 업무 분담을 전달하고 교실과 짐 정리를 하니 3시 30분. 결국 오늘도 육아시간 1시간은 날렸네, 라는 생각과 함께 눈썹 휘날리며 버스를 타고 또 달려 도착한 어린이집. 다행히 중간 순번 쯤으로 하원하게 된 내 아이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오늘 일찍 왔어 어때?"

"왜?"

"아니, 복덩이가 혼자 남아서 저녁까지 먹을까봐 그랬지. 그럼 엄마 마음이 안 좋아."

"...그래? 근데 복덩이가 일찍 가면 &&(어린이집 친구)가 혼자서 밥 먹을 텐데 어떡하지?"

"오, 친구 걱정하는거야?"

"응, 복덩이가 일찍 가니까 &&도 일찍 갔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 가서 뭐하고 놀까?"


아름답게 마무리 될 거 같았던 이 날은, 집에 가서 아이와 거친 말싸움을 했다. (진짜 고집이...)

이렇게 싸울거면 그냥 제때 퇴근 하고 집에 와서 짧게 있는게 맞지 않나- 싶다가도, 

그래도 엄마가 최고라는,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는 아이의 말에 다시 육아 시간을 쓸 수 있는 날짜를 고른다. 

나는, 쿨하지 못한 엄마니까.


p.s "엄마랑 놀거야." 대신 "친구랑 놀게, 늦게 들어와"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 눈물 콧물 다 쏟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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