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사전
내가 말하는 거 무슨 뜻인지 알지?
아무튼 사전을 봤다. 두 달 공짜로 시작하게 된 yes24의 크레마 북클럽은 결국 내게서 5,500원을 매달 가져가고 있다.
가끔 아이를 재우고 잠이 안 오면 거실로 나와 갤럭시탭으로 보곤 했는데, 생각보다 자주 이용하게 되지 않아 해지를 요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보통 크레마 앱을 켜고 뭘 읽을까 고르고 고르다가 재밌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종이책으로), 재미없으면 그냥 끄고 유튜브를 켜곤 한다.
그날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를 마치고 늘 그렇듯이, 크레마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아무튼 사전]이라는 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래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인데, 그 뒤에 사전이 붙다니!!! 제목을 보고 바로 읽기를 시작했고 출근시간 직전에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려 겨우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읽으려 노력했으나 눈도 아프고 멀미가 나는 느낌에 더 이상 읽을 수 없어 한탄을 하다 몇 달간 생각만 하고 있던 이북리더기를 구입했다. 물론 '당근'으로.
결론은, 이 책이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다.
허나 저자는 [아무튼 사전]이라는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기술한다. 특히 저자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사전'이라는 말에 아무 느낌이 안 드는데?"
어째서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거지,...?
'사전'에서 만지지 않아도 아름다운 조각상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건가.
나는 특히 직업적인 특성인 건지,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자주 확인한다.
"~~ 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선생님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대부분 아이들은 "네"라고 대답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낌이 온다.
'아, 얘는 못 알아들은 거 같은데...'
다시 묻는다.
'그럼 선생님이 말한 게 무슨 뜻인지 다시 선생님한테 설명해 줄래?'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멀뚱히 나를 쳐다본다.
이런 경우는 몇 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첫째, 내가 한 문장이 그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때 (똑같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함)
둘째,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셋째, 더 말하기 귀찮을 때
넷째, 자신의 말로 다시 설명했을 때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혹은 오해할까 봐)
몇 가지 케이스 중 내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본인의 설명을 내가 못 알아듣거나 오해할 거 같아 말하지 않을 때이다.
적절하지 않은 단어로, 혹은 두서 없는 말로 뱉어낸 문장이 나(선생님)에게 닿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가기에 사용하는 단어 또한 어마무시하게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돌이켜보니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뭐만 하면 '잡으러 가야겠다'를 외치고 (주로 억울하고 화날 때, 뭘 그렇게 잡으러 간다는 걸까)
안타까운 민원이 들어오면 '아, 안 되겠네'라고 위로해 주고 (뭐가, 누가 안된다는 걸까)
당황스러운 일에 '괜찮다'라고 넘기고 (안 괜찮잖아)
단순하고 쉬운 단어가 쌓이고 쌓여 내 머리마저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그 정도로 하루에 크게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글을 쓸 때에도 슥- 작성하고 맞춤법 교정하고 한번 다시 읽어 본 뒤,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래서 그런가, 글에 나온 단어가 거기서 거기다.
이런 나 자신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어서인지 [아무튼 사전]에 본능적으로 끌린 거겠지.
다양한 단어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고, 때로는 한자어가 섞인 지적여 보이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알지? 내가 무슨 말하는 건지 알지?'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아도 서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어쨌든... 내가 무슨 말하고 싶은지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