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분명 예측하고 있었고, 다짐을 했었지만.

by 초록

'속초 2주 살기'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가끔씩 자동 반복재생되는 장면이 있었다.

바야흐로 약 1년 전, '소돌집'에서의 첫날밤에 있었던 일이다. 어릴 때부터 잠자리를 가리던 아이는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가면, 잠을 잘 못 이루는 편이다. 자주 가는 친정에서도 첫날은 꼭 잠을 이루기 어려워하고 자주 깬다. (번외 편으로 '대변 문제(변비)'가 있다.)

'강릉 2주 살기'를 결정하고 숙소 예약까지 끝낸 후, 종종 복덩이에게


"우리는 강릉이라는 곳에 갈 거야. 복덩이랑 엄마 둘이서. 거기서 열네 밤을 자고 오는 거야. 너무 재밌겠지!"

라고 세뇌하다시피 말했다. 세뇌 덕분인지 복덩이는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다가 짐을 싸기 시작할 때쯤부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너무 좋아, 엄마 최고!"


라는 말을 하였더랬다.


아직 미숙한 운전실력으로 휴게소에서 긴 시간을 보낸 끝에 4시간 여만에 강릉의 첫 번째 숙소 '소돌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숙소에 들어서며 내뱉은 복덩이의 말에 문득 같은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는 18층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17~18개월 무렵 육아여행동지로 같이 떠난 제주도 한 달 살기에서, 종종 마주칠 때마다 낯선 장소에 힘들어하는 복덩이를 보며 18층의 언니는 복덩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복덩아, 엄마가 같이 있는 곳이 집이야.")


여기가 우리 집이냐는 복덩이의 말에 '아니, 숙소야.'라고 정정할까 하다가


"응, 우리 소돌집이야."


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고, 한참 동안 짐정리를 하다 소돌집 주변 탐색을 하러 떠났다.


오후 6시쯤 저녁을 먹을 장소를 찾기 위한 산책을 떠났으나, 마땅히 먹을만한 곳을 찾지 못해 '소돌집'으로 돌아와 즉석밥(햇반)에 가져온 반찬을 주섬주섬 꺼내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산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만족스러워 보이는 복덩이의 모습에 안도를 한 나는 방심을 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몇 년간 지켜보던 '잠자리 가리는 우리 아이'를 잊고 밤 10시부터 재우는 노력을 하게 된다.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고, 발마사지도 했다. 밤 10시 40분쯤 되니, 이제 마땅히 자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잘못되었다.


강릉 소돌집에서의 첫날, 복덩이는 잔뜩 기죽은 눈으로 색칠놀이를 하다 새벽 1시가 되어 잠들었다.

왜 기가 죽었냐면, 엄청 혼이 났기 때문이다. 이제 자라는 엄마가 토해낸 짜증 섞인 말들에 눈치를 보며, 낯선 환경에 예민해지며, 바닷가의 설렘에 출렁이던 복덩이는 결국 잠을 잘 못 이루겠다며 1시간을 뒤척였다. 그리고 포기한 내가


"너 마음대로 해, 그냥 일어나."


라고 쏘아붙이자 복덩이는 슬금슬금 침대에서 바닥으로 딱 붙어 내려가 엄마를 등지며 색칠놀이를 시작했다. 보란 듯이 불을 켜주지 않았는데, 아이는 불 켤 생각도 않고 눈치를 보며 색칠놀이를 꽤 오랜 시간을 했다.


그 모습이 오래오래 눈에 밟혔다.

알지만 그랬다. 알면서도 그랬다.

이번엔, 그러지 않으리라! 우리 아이가 눈치 보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그리고, 속초집의 첫날. 애써 여유롭게 책을 읽어주고, 애써 느긋하게 종이에 하루를 기록하고, 애써 침착하게 잠이 오느냐 물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아이의 말에 애써 웃어 보이며 그럼 기다려보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밤 11시. 이젠 불은 꺼줘야겠다 싶어서


"복덩아, 이제 잘 시간이 한참 지났어. 잠이 안 와도 불은 끄고 있어야 해."


라고 말하니


"...... 근데, 엄마 복덩이는 속초집이 좀 무서워서 잠들기가 어려워. 기다려 준다고 했잖아."


그렇다, 내가 말했다. 기다려준다고.


"엄마가 불 켜고 기다려준다고 한 적 없어."


맞다, 나는 불 켜고 기다려준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말도 안 된다는 항의 섞인 눈빛과 말을 뒤로한 채, 불을 껐다. 그렇게 한 시간을 버텼다.

밤 12시가 되니 피로를 넘어서 짜증이 밀려온다.


"자라, 내일 엄마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얼른 자!"


또 쏘아붙인다.

더 슬픈 건 이러니까 아이가 잠들었다는 거다.

이 상황을 예측했었고, 안 그러겠다 다짐했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되는 건, 작년보다는 나은 실수였다는 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그 정도는 다를 수있지 않은가.

(아이 키우면서 짜증 한 번 안 내고 재우는 엄마가 있다면...... 생각해 보니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우리 아이가 나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며, 우리의' 속초 2주 살기'가 시작되었다.

(모른다면 알게 하리라. 이 모든 기록을 크면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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