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도 워터파크를 좋아한다

일 년에 한 번씩 오면 좋겠네

by 초록

엄마가 속초에 오기 전, 일정을 짜기 위해 하고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것을 물어봤었다.


"속초 오면 뭐 하고 싶어?"


"별로"


"그럼 내가 일정 짠다?"


"그러든가, 근데 그 워터파크 같은 데는 안 가?"


"바닷가 놀러 가는데 워터파크를 왜 가? 엄마 가고 싶어?"


"아니, 그냥. 알았어."


전화를 끊고 생기는 묘한 찝찝함. 그래, 아이와 하는 여행만큼 어려운 게 엄마와의 여행이다. 모른 척 넘어가 주자. 바닷가 근처에서 여행을 하며 워터파크를 가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였기에 잠시 멈칫했을 뿐이다. 다만, 정말 가고 싶은 건지 순간적인 마음에 떠보는 건지가 헷갈렸기에 동생과 가고 싶은 곳, 운전할 수 있는 곳, 이동 경로와 시간대 등을 고려하여 플랜 A, B로 나누어 일정을 짰다. (MBTI 끝자리가 P여도 계획은 한다고 했다, 다만 그 계획에 융통성이 많은 것일 뿐이지.)


엄마와 동생이 있는 단톡방에 플랜 A, B를 정리해서 보냈다. 잠시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응~"


"......? 어, 엄마 내가 보낸 카톡 보고 전화한 거지?"


"응~"


"괜찮아?"


"어~ 뭐 괜찮은데~"


"...... 그런데?"


"아니, 뭐 그 설악산에 워터파크가 있다는데, 거기 가?"


"응, 지난번에 말하길래 찾아봤더니 *설악 워터피아가 있던데? 거기 유명하더라."


"뭐, 꼭 가고 싶은 건 아닌데"


"거리가 멀진 않아서 괜찮아. 엄마 래시가드 같은 것만 있으면 됨. 거긴 갑자기 왜?"


"아니, 누가 간다고 하길래 ㅎ"


우리에게 SNS가 있다면 엄마들의 세계에는 SGT(Social Gathering Talking)이 있다. 그들만의 친목 모임에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최근 있었던 엄마의 작은 SGT에서 엄마는 큰 딸과 손자, 작은 딸과 함께 속초로 무려 3박 4일을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누군가는 본인은 딸 식구와 함께 설악 쏘라노(한화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자며 설악 워터피아에서 놀 거라는 이야기를 했더랬다. 무려 리조트에 워터파크라니. 그날 집에 온 엄마는 계속 설악 워터피아만 검색했다고 했다.


우리(엄마, 나, 동생, 복덩이)는 그렇게 설악 워터피아를 갔다. 아침 댓바람부터 출발하려고 했으나 늘 그렇듯이 유독 더 빠르게 돌아가는 아침 시간에 쫓겨 겨우 나왔고, 입장을 마치니 11시였다. 그리고 부지런한 한국 사람들은 입장하자마자 편의시설(썬베드, 카바나 등)을 빌렸고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쉴만한 편의시설은 다 마감되었었다.(심지어 실내에서 빌리는 구명조끼도 마감이었다. 실외만 가능) 잔뜩 기대했던 엄마의 눈꼬리가 사르르 내려갔으나, 어차피 우리(엄마)의 기대 모먼트는 편의 시설이 아니라 파도풀이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은 파도풀에 흘려보냈다.


"어차피 노느라 썬베드 안 쓸 거야~ 그리고 우리 힘들어서 6시간도 못 있을 텐데 뭐."


무슨 소리. 주간권(오후 6시까지 놀이 가능)을 5분 남기고 워터페이 정산을 마쳤다. 끝의 끝까지 놀고 싶어 하는 엄마와 아이 덕분이었는데(사실 나도......) 나오고 나니 종일권을 끊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종일권 끊을 걸, 4명 합쳐봐야 얼마 가격 차이도 안 났는데......"


차를 타러 가며 내뱉은 나의 아쉬운 소리에 엄마가 말했다.


"그럴걸 그랬네, 이렇게 시간이 금방 갈 줄 몰랐어. 너무 재밌었어."


"...... 재밌었어? 난 엄마가 워터파크 좋아하는 줄도 몰랐네."


"나도 예전엔 물놀이 좋아했어, 사느라 바빠서 그랬지. 진짜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너무 재밌었다."


시종일관 웃음을 달고 있던 엄마는 개운한 얼굴로 말했다.


다음에 또 오자는 내 말에 또 언제 오냐며 말을 흐리던 엄마는 곧 움직이는 차 밖의 풍경을 보며 말했다.


"그래, 일 년에 한 번씩 오면 좋겠네. 또 오자."


속초 워터피아에는 65세 이상은 탑승이 불가능한 놀이기구가 있었다. 아마 내년에는 타지 못할 테다.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파도풀이 너무 재밌었다며 그것만 타도 충분하다고 한다. 내년에는 어떤 워터파크 되던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엄마가 내심 기대했던 썬베드나 카라반도 빌려야 하니 말이다.

우리 엄마도, 워터파크를 좋아한다.


*속초 워터피아: 한화 리조트 속초 내에 있는 워터파크다. 속초는 생각보다 좁기에 속초 내에 숙소가 있다면, 들르기 부담스러울 이동 경로는 아닐 것이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가족이라 웬만한 워터파크는 가본 편인데 그중에서도 손꼽힐만한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편의 시설 대여 비용(썬베드, 구명조끼 등)을 포함해 음식 등은 여타 다른 곳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일 만만했던 맘스치킨을 먹었다. 바닷가 놀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준 곳,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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