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초의 등대

지도에서 '속초 등대'를 찾으면.

by 초록

여행의 첫날은 늘 그렇듯이 어영부영 지나가고,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둘째 날이 되었다. 우리의 '속초집'은 *등대해수욕장에 위치해 있다.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바다가 펼쳐져있다. 이곳을 숙소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 놀이가 될 장소인 바다를 차를 타고 가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바다 가까운 곳에 적당한 넓이, 합리적인 가격 등의 순서로 염두에 두며 머물 곳을 찾아봤다.

이러한 이유로, 둘째 날은 눈뜨자마자 바다를 찾으려 했으나 어젯밤(늦은 밤까지 각종 활동지와 색칠, 기록 등을 함)의 여파인지 복덩이는 눈 뜨자마자 '공부'할 거리를 찾았다. 딱히 급할 이유도 없으니 시간을 주고, 갖은 협박으로 아침을 먹인 후, 바닷가로 향했다.


속초의 날씨는 굉장했다. (사실 서울보다 온도가 낮긴 했다.)래쉬가드를 입었으나 타들어가는 거 같은 살갗, 뜨거운 바닷공기에 허덕이는 숨. 그럼에도 이 모두를 뛰어넘을 차가운 바닷물. 약 4시간의 물놀이를 뒤로하고 근처 식당(*하마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는 산책 겸 *속초 등대로 향했다.

도착한 첫날, 늦은 시간에 산책을 나온 탓에 등대 내부까지 들어가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오후 6시쯤 올랐던 속초 등대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곳이었기에 다시 오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3시. 다행히 부지런히 가면 등대 내부까지 볼 시간이 될 거 같았다. (속초 등대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등대 초입에 있는 계단을 마주하는데, 어제랑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분명 어제는 덥지만 올라갈 만했는데, 복덩이랑 가위바위보까지 하며 즐겁게 계단을 올라갔는데 오늘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에 가파른 계단에 합쳐지니 아이도 나도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딱 떨어지게 헉헉 거리며 겨우 등대를 올랐다. 그리고 천국을 만났다. 등대 내부에 있는 미디어홀은 정말 천국이라 할 만했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미디어를 정성스럽게(이렇게 시원한 곳을 마련해 준 성의를 보인 거다.) 감상하고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속초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엄마 이게 속초 등대야?"


등대에 전시되어 있는 전국의 등대 중 하나를 가리키며 복덩이가 말했다.


"아, 아니 이게 속초 등대야."


묵호 등대를 가리킨 복덩이의 손가락을 살짝 옆으로 옮겨주며 말하니 제법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본다.


"엄마, 내 생각에는 속초 등대가 제일 높을 거 같아."


"왜?"


"여기 봐봐, 높아 보이지 않아? 내가 올라와 보니 진짜 높더라."


고작 속초 등대 하나를 올라 놓고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는 모습이 제법 웃겼다.


"근데 엄마, 등대는 뭐야?"


"음, 밤바다는 정말 깜깜하거든, 그때 배가 안전하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


"얼마나 깜깜해?"


"정말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야. 우리도 밤에 바다 보러 나가 볼까? 깜짝 놀랄 거야!"


"그럼 우리도 등대 보고 오면 되지."


여기에서 잠시 끊긴 우리의 대화는 이후에도 시시콜콜히 이어졌다. 다시 집(속초)으로 돌아와서도, 저녁 준비를 하면서도, 잠을 자기 위해 누워서까지.


우리는 이 이후로 등대를 더 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해변에서 놀다가, 동네를 산책하다가, 주변을 지나다가, 할머니에게 설명을 해주다가와 같이 '등대'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수시로 이어졌다.


부쩍 지도 보기에 관심을 가지는 복덩이와 내일 어디 갈지, 어떤 길로 가게 될지를 같이 보다가 내가 말했다.


"어, 여기 속초 등대 지나가네."


그 이후로 우리가 함께 지도를 볼 때 복덩이가 찾는 것이 있다.


"근데 속초 등대는 어디 있어?"


"여기."


"우리는 어디로 가?"


"이 초록색 길 따라가는 거지."


"아, 그럼 속초 등대는 안 지나가네."


속초 등대는 우리의 지표가 되었다.

우리 속초의 등대가 되어 우리의 여행길을 밝혀주고 있다.


*등대해수욕장: 속초 등대가 있어 등대해수욕장으로 불린다 하며 근처에 동명항, 영금정 등의 볼거리들이 있다. 강원도의 해변이 그러하듯, 갑자기 깊어지는 바다를 맛볼 수 있으나 파도는 세지 않은 거 같다. 다만,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아 물놀이에 주의를 요한다. (2025년 기준 파라솔 대여 10,000원, 성인용 튜브 10,000원)


*하마식당: 등대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좋다.(주차장은 따로 없다.) 감성맛집으로 소문이 나 웨이팅이 필요하다고 하나, 나는 식사시간대가 들쭉날쭉이어서 그런지 딱히 웨이팅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아이와 먹기 위해 마제소바, 미소차슈덮밥을 주문했으며 맛은 기가 막혔다.(물놀이 후 임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 다만, 마제소바는 6살 아이가 먹기에 좀 매웠으나 아이는 "매운데 맛있어서 더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음식은 사실 전체적으로 짠 편이라고 생각이 된다.


*속초 등대: 속초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으며, 9:00~17:00까지 개방한다. 전망대가 있어 탁 트인 속초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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