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어때서? 20년 전 유행 다시 끌어온 이 운동의 정체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혹시 아나바다 운동 아는 분 계시나요? 살짝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운동은 1990년대 핫이슈이자 트렌드였습니다. 환경보호는 물론 절약도 할 수 있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했죠.
그런데 2020년대에 들어서며 아나바다 운동이 다시 등장했어요. X세대는 IMF에 의해 했다는 아나바다 운동이 지금,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 세대가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어요. 덩달아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MZ 세대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따지고, '착한 소비'에 참여하는 자신을 뿌듯하게 여깁니다.
MZ 세대의 소비 특징을 일명 가치 소비, '미닝 아웃'이라고 부릅니다. 상품 자체보다 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데요.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해서 바로 사지 않아요.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 있는 물건이냐 아니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MZ 세대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라면 제품이 비싸더라도 구매하는데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꽃으로 형상화하여 제작한 마리몬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미닝 아웃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Z 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다양한 가치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환경'입니다. 요즘 최대 화두인 환경 이슈와 맞물려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제품들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어요. 친환경을 넘어, 이제는 필환경 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환경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가 주목받으며 중고 물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아나바다 운동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거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절약 방안으로 실천했던 아나바다 운동이 현대에 와서 환경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MZ 세대에게 중고거래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요. 중고물품 거래는 가치소비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어요.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생각함은 물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또 하나, 필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라는 인식 변화를 일으켰죠.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원료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물건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큰 에너지가 쓰이는데요. 새로운 물건을 사고 버리는 과정 자체가 환경에 치명적인 거예요.
때문에 중고 거래 열풍은 쓰레기 없고 낭비 없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과도 연결됩니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쓰레기 배출을 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할 수 있죠. 비용 절감은 물론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과 교환하면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어요.
게다가 중고물품 거래는 온실가스 19만 톤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어요. 온실가스는 제품의 생산, 유통, 사용,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데요. 중고물품 거래를 하게 되면 이 과정들이 생략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원을 재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자원낭비는 물론 지구온난화도 막을 수 있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거예요. 이런 소비습관과 더불어 중고물품을 활용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어요.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면 제품의 수명도 늘어나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 아닐까요?
친환경적 소비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과정 전반을 돌아보고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중고 열풍에 동참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케아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 위해 2020년 11월 세계 최초로 이케아 전용 중고 매장을 오픈했는데요. '2030년까지 자원 순환 구조의 비즈니스를 달성하겠다'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일환으로 손상된 가구나 홈 인테리어 제품을 직접 수리해 중고 물품으로 판매할 예정이에요. 최종적으로는 모든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중고물품 거래를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중고책 서점입니다. 대형서점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중고책 서점은 2016년 기준 3,334억 원의 수익창출을 낼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평균적으로 매일 2천여 권의 책이 매입·판매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발행되는 책은 무려 1억 부에 달하는데요. 책 한 권을 만드는데 나무 한 그루가 필요합니다. 즉, 새로운 책을 찍어내기 위해 매년 3m 길이의 나무 1억 그루가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그뿐만 아닙니다. 나무가 종이가 되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화학산업, 철강산업 다음으로 많아요. 책 한 권을 만드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kg입니다. 책 한 권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을 사서 소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까지 생각한다면 중고서점에서 숨은 보물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 값지지 않을까요? 평소 읽고 싶은 책이 있었다면 중고서점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새 책과 다름없는 깨끗한 중고책들이 매우 많답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쓰레기를 '덜' 버리는 거예요. 음식물이든 물건이든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로 웨이스트를 마음속에 품고 행동하는 것이 좋아요.
평소 작은 습관이 모여 결국 큰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환경을 지키는 일은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죠. 중고물품을 활용하는 것이 처음엔 불편하고 어려운 일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내게 쓸모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어요. 물건의 수명을 늘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사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