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풍석포제련소 Mar 29. 2021

생각하는 피부, 손을 대체할 무서운 기술의 정체

2002년 개봉한 영화에서 예견한 기술이
현실에 등장했다?

2002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보신 분 계시나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상상력만으로 2053년의 세계를 구현해내서 화제를 모았던 SF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특히 강렬했던 건 톰 크루즈가 장갑을 낀 손을 허공에 대고 움직이며 화면을 컨트롤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상상에 그칠뻔했던 이 기술이 현대에 와서 구현됐는데, 이걸 바로 동작 인식 인터페이스라고 칭합니다.

이제는 몸에 장치를 착용하지 않아도 특정 동작을 하면 동작 인식을 해서 기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손으로 일일이 명령을 입력하지 않아도 간단한 제스처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미래에는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이미 6년 전에 예견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생각하는 피부>란 책인데, 우리 몸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피부에 대해 문화적 고찰을 시도한 아주 의미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신체 표면 전체를 구성하는 최대 기관이자 신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역사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각 기관인 피부에 대한 탐구는 수없이 이어져왔는데요.

이 책은 우리 몸의 핵심기관인 피부가 인간의 역사와 삶에서 어떤 식으로 존재해왔는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현대사회에서 피부와 촉각이 어떻게 확장되어왔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책의 도입에서는 피부에 대한 저자의 정의가 등장합니다. 피부는 인간의 표면을 이루고 있지만 종속적인 존재는 아니에요. 저자는 피부를 뇌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학, 사회학,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피부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들어서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피부와 손은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는 용도로 전락하고 말았죠. 

저자는 진정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내려면 역할을 잃어버린 촉각을 재생해야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저자의 예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술의 발전 속에서 계속 증명되고 있어요.

저자는 향후 10년 안에 손가락 끝은 시간, 압력, 체온, 맥박, 지문 등을 활용한 촉각 인터페이스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많은 기술들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손바닥을 이용해 결제하는 새로운 생체 인식 기술 '아마존 원(One)을 공개했습니다.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매장을 나오면서 손바닥을 스캐닝 장치에 올려놓으면 
매장에서 구매한 물건의 결제 대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인데요. 쇼핑객들은 미리 저장된 신용카드와 자신의 손바닥 정보를 연동 시키기만 하면 되는 거죠.

작년 11월 20일에는 온도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인공피부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피부를 꼬집었을 때 고통이나 온도까지 감지할 수 있는데요. 향후 웨어러블 온도 센서부터 사람의 촉각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피부까지 폭넓은 활용을 기대하고 있어요.

가상의 환경에서 접촉하는 대상을 통해 실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도 있어요. 바로 가상 촉감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 기술 역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상 촉각 기술의 정석이라고 불리고 있는 '테슬라 터치'는 오로지 손가락만을 이용해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터치스크린 속에 다양한 재질의 이미지를 만지는 순간 각기 다른 촉감을 느낄 수 있죠. 모래의 느낌부터 꺼칠꺼칠한 쇠의 느낌까지 실제처럼 모두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외에도 촉각 기술은 원격 현장제어는 물론 최신 트렌드인 VR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외과수술에서 활용되는 로봇 팔은 손의 감각과 연결되어 섬세한 수술에 사용되고 있고, 현실 세계에서 가상현실 세계를 바라보며 움직일 때도 우리의 감각은 가상세계와 연결되어 있어요. 생체 인식, 스마트 디바이스 등 이 모든 기술들의 실현에는 촉각 기술이 빠질 수 없는 거죠.

이제 우리의 삶에서 데이터와 기술이 제2의 피부로서 피부와 촉각을 대체하는 건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촉각 기술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대신할 날도 멀지 않은 거죠.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현재 진화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많은 기술이지 우리의 손이나 촉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감각기관들은 퇴화의 수순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우리의 감각이 모두 기술로 대체된다면, 결국 우리의 신체는 의미를 상실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거죠.

평소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인공 현실이나 생체 인식의 보편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곧 우리의 현실이 될 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중고거래가 어때서? 다시 쓰는 재미에 빠진 MZ 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