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 시작
아침이 되었다.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어제 사고가 일어났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아이 오른쪽 얼굴이 많이 부었다. 사고가 난 어제에는 이렇게 붓지 않았는데, 아이는 눈이 부어 오른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입도 많이 부어 오른쪽 입술은 뒤집어졌고, 입 안은 붓고 피딱지에 꽉차 보였다. 아이는 일어나자 마자 뭔가를 먹고 싶어 했지만, 수술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 먹었다. 아이는 아침에 다시 화를 냈다.
오전에 많은 의사가 다녀갔다. 아이가 다친 곳이 여러 곳이라, 여러 과에서 다녀갔다. 아이는 배와 손이 아프다고 말했다. 여전히 숨쉬는 것을 좀 힘들어 했다. 의사들은 아이의 심장과 호흡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고 열이 나지 않고 밤을 잘 보내 다행이라고 하였다. 하루에 2-3번 아이의 피를 채혈해갔다. 아이의 작은 몸으로 진통제가 끊임없이 들어갔다.
오후 늦게, 아이의 상태아 안정적이라 당장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과 아이가 먹어도 된다는 허락이 드디어 내려졌다. 간호사는 아이가 먹을 첫 음식으로 비스켓 몇 개, 작은 요거트 1개, 과일 퓨레팩, 차가운 물을 가져왔다. 모두 알버트하임(마트)에 파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유럽의 병원 음식이었다. 당연히 나는 따뜻한 쌀미음, 스프 같은 것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비스켓을 받고는 처음에 좀 당황했다.
아이는 물을 너무 마시고 싶어 했지만, 입이 너무 부어 빨대로 물을 잘 빨지 못했다. 나는 빨대를 스포이드 삼아 입 안에 물을 떨어뜨려줬다. 비스켓을 손톱만하게 잘라 아이 입에 넣어주고 과일 퓨레도 짜 주었다. 아이는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물 한 모금, 비스켓 반 개, 과일 퓨레 반 개를 오물오물 열심히 받아 먹었다. 그러더니 피곤해하며 다시 잠들었다. 아이의 화는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아이는 다시 무엇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안심이 된 것 같았다.
아이가 무엇을 간절히 먹고 싶어한 것처럼, 둘째날이 되자 나는 '고기'가 강렬하게 먹고 싶었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고 싶었다. 그게 소세지든 양념 치킨이든 구운 돼지고기든 상관 없었다. 짭조롬한 고기 특유의 향과 맛을 내 몸이 너무나 원했다. 몸이 강렬하게 고기를 원하는 건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머리와 마음은 아직도 얼얼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데, 고기에 대한 나의 욕구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강렬했다. 여름 날 사정없이 내리쬐는 태양열 같은 욕구였다. 하지만 고기를 챙겨먹을 여유는 없었다.
남편은 병원 생활을 준비했다. 아이가 입원한 건물 바로 옆의 맥도날드 하우스라는 숙소를 예약했고, 오후에 병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러 집에 다녀왔다. 맥도날드 하우스는 햄버거 하우스가 아니라, 소피아 어린이 병원에 입원한 아이 부모만 묵을 수 있는 숙소다. 하룻밤 가격이 20유로 정도로 무척 저렴했다.
나는 아이가 눈을 뜨고 웃고 말한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계속 각성 상태에 있어 피곤함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사고 장면이 하루에도 수십 번 눈 앞에서 재생됐다. 화장실을 가다가도, 물을 마시다가도,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갑자기 사고장면이 눈 앞에 보였다.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다른 것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주 눈 앞에 휙휙 지나갔다. 그럴 때 마다 내 몸과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차가운 전기가 갑자기 내 몸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자주 머리가 멍해지고 마음이 얼얼해졌다.
저녁이 되었다. 아이는 잠을 자다가 일어나 다시 비스켓과 물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 장난을 치고 웃었다. 의사와 간호사와도 장난을 쳤다. 사고 전처럼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좋으면서 마음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만하길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이렇게 아이가 다시 웃는 모습을 보니 울고 싶으면서도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 밤은 내가 맥도널드 숙소에 가서 자기로 했다. 사실 혼자 잘 수 있을지, 아이랑 떨어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피곤해도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혼자 있으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쉬어야 했다. 그래야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이랑 같이, 웃으며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편에게 숙소 키를 받아 숙소로 왔다. 흰 침대 시트가 깔린 침대가 보였다. 방이 너무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 무서웠다. 흰 침대 시트에 앉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 씻었다. 사고 장면이 보였다. 씻고 나오니 너무 하얗고 깔끔한 침대 시트가 무서웠다. 하지만 몸은 침대 시트 위에 눕고 있었다. 누우며 또 사고 장면이 눈 앞에 지나갔다. 사고 장면이 보여 마음이 서늘하고 오싹해지는데 눈이 감겼다. 내가 과연 혼자 잘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흰 침대 시트처럼 하얀 잠이었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