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려는 노인 1부

신을 죽이려는 노인

by 알렉산더

무엇이든 집념으로 다 이룰 수 있다 믿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태생적으로 낮은 신분에 볼품없는 외모, 나쁜 머리와 허약한 몸을 타고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에 10번을 도전해서 합격하였고 무술을 할 때 격투장에서 스스로 혼절하기 전까지 걸어 나오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세월은 계속 흘러 남자는 장군이 되었다. 오늘도 남자는 구름을 갈라내 쓸쓸한 달빛이 온 세상을 적시기 전에는 집에 가지 않겠다는 듯 격투장에서 수련 중이었다.

"오늘도 열심히구나."

" 전하 황송하옵니다." 준호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며 왕을 맞이했다 왕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봤지만 그의 짙고 깊은 눈썹이 왠지모를 근심이 느껴지게 했다.

"바로 내일, 나라의 운명이 자네한테 달렸다."

"부족한 소인이지만 그것이 전하의 근심이 되지 않게 할 것을 소인 반드시 약속하겠습니다."

왕은 준호를 손수 일으키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준호야 이제 , 너도 결혼할 때가 다 됐지 않느냐?"

"저는 이미 나라와 결혼한 몸 나라를 위해서 죽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딸을 위해 죽어라."

"저... 전하 횡송하옵니다...!" 준호는 자기에 천한 신분을 떠올리며 몸둘 바를 몰라했다. 주군님의 딸과 혼인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청천벽력같은 일인가?

"내가 혼기가 찬 내 딸의 상대를 몰색한 바, 자네만한 임자가 더 없었다. 왕의 어명이니 더 사양말고 내일 반드시 청군을 섬멸해라 알겠느냐?"

" 알겠습니다 전하..."

"달빛이 쓸쓸하구나" 왕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고 준호는 엎드린 체 한동안 일어서질 못했다."


...


"그렇게 할머니랑 만나게 되었던 거에요?"

"원 녀석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 게냐 껄껄?"

"저는 할머니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까지 기억나지 않아요. 할어버지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저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너의 어머니 아버지는 하늘의 쓰임을 받기 위해 하늘이 빨리 부른 것뿐이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한 말 기억하지?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않는다는 거?"

"네! 언젠가 우리 가족이 다시 인연이 되어 함께할 날이 돌아온다고 하셨어요. 윤회사상이었나 맞죠?"

"그래 모든 것이 다 하늘의 뜻이다. 하늘의 의지는 곧 땅의 의지다."

"하늘에서 그러하듯이 땅에서도 그러하다 맞죠?"

"껄껄껄 자 이제 전하의 묘지로 가자구나."

그러나 묘지에 가려는 차에 전령이 위협적으로 말을 몰고 뛰어와서 노인 앞에 멈췄다.

"히이이이힝"

"이런 무엄하게, 이게 무슨 짓이냐?"

"장군님 무례를 범했사옵니다. 하지만 지금 반란군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무어라? 알겠다. 빨리 움직여야겠구나." 준호는 손녀딸을 안고 적토마를 찾아 나섰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먼지 바람이 심하게 몰려오는 것을 보니 군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럴 시간이 없다. 아가야 얼른 내 등 뒤에 업혀라."

"할아버지 무서워요" 준호는 손녀를 안고 전손력으로 뛰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힘이 부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빨리 판단해야 됐다.

'반란군이 나를 찾으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 헌데, 내가 아가를 안고 있다면 아가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준호는 주변을 찾다가 쓰러져가는 폐가를 찾았다.

"아가야 잘 들어라. 여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어있어야 한다. 할애비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알겠느냐?"

"네에... 할아버지... 꼭 다시 와요."

손녀는 울면서 폐가 안으로 들어갔고 준호는 근처 산으로 올라간다. 산에 있는 준호의 시야에 반란군이 들어왔고, 그들이 손녀 딸이 폐가를 지나치기를 노인은 손을 모아 기도하고있었다. 그러나 그 때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기괴한 속도로 몰아쳐 지붕을 덮던 썩은 나무판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안 돼 멈춰라." 손녀 딸의 금빛 실오라기 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햇빛에 반사되었다. 운명의 장난인가? 반란군이 그것을 발견해서 폐가에서 손녀 딸을찾았고 손녀는 머리카락이 잡힌체 질질 끌려나온다.

"안 돼 제발 신이여... 자비를!" 그러나 준호의 외침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그 허공 사이로 귓가를 스치는 바람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도망칠 수 없다." 손녀 딸은 옷이 찢겨진체로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손녀 딸이 손을 깨물으면서 저항하자 칼날이 온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 아가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이냐?" 준호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슬퍼할 새도 없이 준호는 반란군으로부터 도망쳐야했다.

"나는... 나는... 대체 뭘 위해 살아온 것이냐?"

자기의 나약함을 비관하며 도망치는 준호의 뺨을 바람과 햇빛이 부드럽게 메만졌다.

"운명이다."

"시끄럽다! 감히 니가 나와 아가를 갈라놓으려는 것이냐?" 준호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바람을 갈랐다.

"다시는 내 앞에서 '운명' 같은 소리하지 마라. 나는 모든 것을 다시 돌려놓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을 막기에 그의 칼날은 너무 작은 것 같았다.


...


"신을 죽여라."

누군가는 그 노인이 자신이 기르던 가축들을 모조리 내쫓으며 "신을 죽여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 노인이 자신의 집과 담장 벽을 모조리 망치로 부수면서 "신을 죽여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 노인이 가족과 함께하며 썼던 시들을 모조리 불태우며 "신을 죽여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노인은 금세 마을 사람들한테 화재거리가 되었고 궁금증을 참다못해 한 청년이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이여 '신을 죽여라'가 무슨 뜻입니까?" 노인은 그는 충혈된 눈을 희번득 거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의 강렬한 눈빛만큼이나 목소리는 결연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無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태초 이전에 절대적인 無,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 노인을 미쳤다고 할 뿐이었다. 그러나 노인의 이야기가 가뜩이나 심심했던 마을사람들한테 큰 요깃거리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노인은소리 지르면서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멈춰라!"

노인은 허공을 붙잡아두려는 듯, 손을 휘저으며 허우적거렸다. 그의 행동은 금세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사람들은 신기한 듯 노인을 바라보았다.

"뭘 보고 멈추라 하는 걸까요?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노인을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신이 난 표정으로 어른들한테 다가왔다.

"우리가 저 할아버지 쫓아다녔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그곳을 쫓아가요."

"정말이니? 어디 한번 보자." 그러다 바람이 불고 노인은 다시 소리 지르면서 바람을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폭소했다.

"오늘 정말 날이고만. 다들 뭐하나? 저 노인이 뭐 하는지 따라가 보세." 사람들은 노인을 따라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인은 멈췄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노인을 비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노인이 다음에 무엇을할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해를 바라보며 충혈된 눈을 부릅뜨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체 눈꺼풀만 껌벅껌벅 되는 꼴이 여간 웃기지 않았다. 그는 뭐라 중얼거리고있는 것 같았다.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저 양반이 뭐라 하는지 들어나 봅시다."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했고 진 사람이 노인한테 다가갔다 다시왔다.

"뭐래?, 뭐라고 하디?"

"'이 싸가지 없는 놈이 라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박장대소하며 뒤집어엎어졌다.

"하다 하다 해와 눈싸움을 다 하는군."

"근데 저 양반 어디 가는 거요?"

노인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을 사람들은 노인이 거울 조각들을 모아 옷과 얼굴에 붙여서 오는 것을 보았다. 거울 조각들처럼 부서진 빛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할아버지, 눈부시니 그거 치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노인에게 한마디 했으나,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신은 빛으로 세상을 본다. 나는 빛을 쪼개 신의 눈을 피로 물들여 멀게 할 것이다."라고 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기보다는 '오늘은 술안줏거리가 넘쳐나는구나!'라며 좋아했다.

"이 광경을 못 보고 농사짓고 있을 개똥이가 불쌍하구먼." 그러면서 사람들은 과연 노인의 행동이 얼마나 오래갈까 내기했고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일이 터졌다.

"니가 나를 감히 조롱해!"

사람들은 노인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 거리로 나왔다. 노인은 허리춤에 메달고 다녔던 칼을 뽑아 자신의 그림자를 베고 있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노인이 움직일 때마다 요리조리 움직였고 그림자의 목을 정조준해 베어도 칼날은 마찰음 없이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내가 기필코 네 놈의 목을 베리라!"

노인은 그림자를 죽이려 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인의 분노가 그림자의 생명력을 더욱 불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가 노인의 거울에 반사된 빛이 겹겹의 그림자를 형성했고 노인은 결국 모든 거울을칼로 부숴 버렸다.

"저건 좀 위험한 거 같소. 저러다 사람한테 칼 휘두르겠네."

"뭘 그리 걱정하나. 얼마 안 가 제풀에 지칠걸세."

"간만에 재밌는 구경거리 생겼는데 뭘 또 말리려고 하나?"

"근데 저 노인 또 어디로 가는 거만."

"우리 같이 따라가 보세."

노인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노인은 마을의 유일한 해시계 앞으로 갔다. 노인은 한 번 심호흡하더니 주저함 없이 해시계를 칼로 내리쳤다.

"댕"

"댕"

"댕"

"댕"

"털석"

해시계의 초침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에구머니나, 저게 뭐 하는 짓이요."

"관청에 얼른 신고합시다."

" 근데 저 노인 또 어디론가 가는 거만."

"저 노망난 노인이 또 뭘 하려고."

노인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따라가다 지쳐 멈추고 포졸한테 노인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말했다. 다음날, 노인이 산에다가 불지르다 잡혔다는 소식이 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그 소식을 들은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사또는 엄숙한 얼굴로 노인을 노려보고 있었고 장졸들은 옆에 서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산에 불 지르려 했느냐?"

보통 사람들은 위압감에 주늑들만하건만 노인은 흔들리거나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의 결연한 목소리는 전 마을 사람들한테 울려퍼졌다.

"나는 신의 숨결을 고갈시켜 모든 것을 無로 되돌릴 것이다."

장난기 많은 철없는 아이들은 "정 無로 되돌아가고 싶으면 죽으면 되잖아"라고 말하며 킥킥거렸고, 사람들은 그 노인을 벌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사또는 이마를 짚으며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이놈! 너는신을 모욕했고 기행으로 민심을 흔들어놓는구나! 옥졸에서 네 죄를 참회하고 있어라." 노인은 결국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그림자와 함께 길게 늘여져있었다.

"넌 그 어느 순간에도 나를 내리쬐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냐?"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 노을빛은 여전히 노인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항상 너를 저주했지만 정녕 너는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냐?"

노인은 서럽게 울었다. 오직 그의 눈물만이 바람에 날려 노을빛에 더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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