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3월 25일 당진에 모이는 이유
청년실업, 여성에 대한 차별, 인권 수준, 언론 자유도…
대한민국을 둘러싼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이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상승했지만, 자살률은 최고이고, 출산율은 최저이며, 65세 이상 빈곤율은 최악입니다.
노동시간은 엄청나지만, 노동자들의 만족감은, ‘흠 글쎄요..’인 나라.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입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일 겁니다.
절망스러운 기록들 위에 또 다른 기록들을 보탠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지만,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OECD 중 최악’ 타이틀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이 기록들은 바로 석탄과 연결돼 있습니다.
OECD 회원국 34개국. 한국,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칠레,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미국. 이 나라들 목록을 잘 기억해 두세요.
지금부터 이 국가들 중 한국이 석탄으로 ‘불명예 1위’에 오른 기록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4월, “‘남들은 줄이는데’ 한국 CO2 배출 증가율 불명예 1위”(연합뉴스)라는 제목의 기사가 소개된 적 있습니다. 당시 이 기사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죠. 이 기사가 출처로 삼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부동의 1위. 2016년 판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 하이라이트’(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Highlight)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1인당 CO2 배출량 증가율 부분에서 한국은 108.3%로 1위를 지켰습니다.
OECD 가입국 전체 평균은 1990년 1인당 10.27톤 배출에서 2014년 1인당 9.36톤으로 8.9% 감소한 반면, 한국은 1990년 1인당 5.41톤에서 2014년 1인당 11.26톤으로 108.3% 증가했죠.
같은 자료에서 석탄 연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을 살펴봤습니다. OECD 전체는 1990년 42억 4,010만 톤에서 2014년 39억 52만 톤으로 6.8% 감소한 반면, 한국은 1990년 9,070만 톤에서 2014년 3억 380만 톤으로 234.7%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한국이 지구 공동의 생존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발효된 파리 기후협정을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정반대 흐름인 거죠.
오죽하면 기후변화 대응 행동 분석기관인 CAT(Climate Action Tracker)에서 ‘기후변화 4대 악당국가’로 한국을 꼽았을까요.
석탄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한국에 있는 59기의 석탄발전소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토 면적으로 2016년 기준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발전 용량을 나눠본 결과, 안타깝게도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의 석탄발전 밀집도를 기록했습니다. OECD 전체 밀집도는 0.017이었던 반면 한국은 0.287.
이 기록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한국이 여기에 추가로 6기의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8기를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계획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를 포함할 경우 OECD 전체 밀집도는 0.287, 한국은 0.496로 한국이 OECD 평균에 비해 약 1.7배나 많았습니다.
신규 석탄발전소 추가 계획 면에서 보자면 OECD 안에서도 매년 설비 규모 증가 속도 1위를 보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국제 에너지 전망 2016(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6)에 따르면, 2012년 OECD 국가들 석탄화력발전 설비 규모는 637GW, 2040년 추정치는 564GW로 연평균 0.4%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2012년 31GW에서 2040년 41GW까지 증가할 전망으로, 연간 1.0%씩 증가하는 셈이 됩니다.
그린피스는 오는 3월 25일 당진에서 ‘브레이크 프리’로 모입니다. 석탄 발전은 그만하고 이제 재생가능에너지로 눈을 돌려, 당진 지역 주민들의 고통도 그만, 국민 건강 피해도 그만, 기후변화 재앙도 그만하자는 목소리를 외칠 겁니다.
왜 당진이냐고요? 바로 당진에는 세계 최대 석탄화력발전소가 있기 때문이죠. 총 10기의 발전소에 설비용량 6,040MW,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정부는 여기에 당진에코파워로 1,160MW 규모의 석탄발전소 2기가 더 추가될 계획이거든요.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최대 석탄발전소, 그리고 세계 최대 핵발전소 보유국이라는 ‘더블’을 완성한다는 것.
세계 최대 석탄발전소 보유국 지위를 굳건히 하고자 애쓰는 정부에 우리가 돌려줘야 할 것은 “석탄 그만!”이라는 외침입니다. 우리가 정책 결정자들과 지도자들에게 외치지 않는다면, 다가올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석탄은 버젓이 살아서 한국이 석탄 중독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할 겁니다.
글: 김혜린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커뮤니케이션 담당
* 이 글은 슬로우뉴스에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