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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시대의 끝자락에 선 기업들, 살아남을 방법은?

세계 전력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재생가능에너지의 성장이 있죠.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 중 절반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였습니다. 그 중 태양광 발전설비는 무려 30%나 증가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죠. 에너지 업계 리더들은 이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전례 없는 확산으로 21세기가 화석연료가 존재하는 마지막 시대가 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21세기 그 후, 화석연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계 전력시장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힙니다.


1) 첫째,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급증하면서 설치비용과 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독일, 호주,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이미 태양광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더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생가능에너지는 햇빛과 바람처럼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연료로 삼기 때문에 연료비용이 전혀 들지 않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화석연료발전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입니다.


2) 둘째, 세계 각국 정부가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점도 전력시장의 변화에 한 몫을 더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실제로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1,200건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146개 국가가 재생가능에너지 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타 장려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보조금에 의존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냐는 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 재생가능에너지는 증가한 수요로 전력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파리기후협정 합의에 크게 기여한 전 UN 기후사무관 크리스티나 피게레스(Christina Figueres)는 “국가 보조금 없이 시장성만으로도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에넬과 에스콤의 선택


전력시장이 급변하면서 어떤 기업은 빚더미에 오르고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가 다양한 국적의 11개 에너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재생가능에너지의 성장에 발맞춰 재빠르게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린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우세한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성공한, 에넬 (ENEL)


“2030년까지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습니다.”


2017년 5월 열린 에넬(ENEL) 주주총회에서 프란체스코 스타라체(Francesco Starace) CEO가 발언한 내용입니다. 발전회사가 사업장을 닫겠다니, 경영난을 맞은걸까요?


사실 그 날 주주총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했습니다. 에넬은 2014년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따라서 주주들에게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은 반가운 소식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양사업인 석탄발전은 줄이고, 수요와 수익성이 점점 높아지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놀라운 사실은 에넬이 몇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을 운영하던 거대 석탄발전회사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석탄발전을 고집하던 꽉 막힌 기업이었죠. 하지만 그린피스 이탈리아지부는 10년간 에넬을 상대로 석탄발전의 피해를 알리고 석탄 줄이기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12년 에넬 본사 건물에서 석탄발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직접행동을 벌이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처음엔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며 반대하던 에넬은 결국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석탄발전사업 중단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꼭 필요한 변화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14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문 경영자인 프란체스코 스타라체를 CEO로 임명하고, 단계적으로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어 나갈 것을 선언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현재 에넬의 주가는 이탈리아 주식시장 평균 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으로 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의 리더로 거듭난 것이죠.


변화의 파도에 좌초돼버린, 에스콤 (Esko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공기업 에스콤(Eskom)은 국내 전체 전력의 95%를 생산하는 국영회사입니다. 그 중 90%는 석탄발전이죠. 남아공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및 지원정책에 힘입어 에넬 등 해외 전력회사가 아프리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14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투자하는 동안, 에스콤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거부하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침체로 전력수요가 감소하면서 에스콤의 영업실적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전년도 대비 순이익은 83%나 줄었죠.

▲2012년 에스콤 건물에서 석탄발전에서 벗어나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그린피스 외 3개 단체 활동가들


이미 충분히 가동되지 못하는 석탄발전소가 넘치는데도 에스콤은 규모 4.8GW 석탄발전소의 추가 건설 계획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소는 가동 및 유지비가 매우 큰데다가 해외 기업들이 단가가 훨씬 싼 남아공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마구 달려들고 있어 석탄발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2017년, S&P와 무디스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등급인 B+로 강등했고, 회사가 향후 5년간 큰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기업 vs 석탄기업 / 석탄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는 지 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일찍이 뛰어들어 세계 전력시장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에넬과 사양산업인 석탄발전을 버리지 못해 빚더미에 앉은 에스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에너지전환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콜스웜(CoalSwarm)과 그린피스의 2017년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기업(1675)의 25% 이상이 이미 석탄업계를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들은 과연 이 변혁의 시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모습은 그리 현명해보이지 않습니다.


포스코에너지 등 한국 석탄발전회사, 석탄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탄화력발전사(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SK가스)들은 석탄발전이 “친환경”이라는 새까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추진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SK가스 등 민간 석탄발전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를 폭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전력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되기 위해 너도나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오늘, 석탄발전을 버리지 못하는 기업의 앞날은 불보듯 뻔합니다. 화석연료 시대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끈 포스코. 하지만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업이 되려면 지금부터 변화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서명으로 그린피스 캠페인에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석탄이 “친환경”이라는 석탄발전회사의 새까만 거짓말을 폭로하고 규제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 등 석탄발전회사가 석탄발전을 그만 두고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게 하려면 먼저 그 새까만 거짓말을 막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서명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발전을 “친환경”이라고 홍보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달될 것입니다.


가짜 친환경 에너지는 그만 두고 진짜 친환경 에너지인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주세요!


#석탄의새까만거짓말 막기!


글: 김민지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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