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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세먼지,
어디까지 들어봤니?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이야기

"별을 본 적이 없어요." 한 중국인 어린이의 이야기다. 극심한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중국에서 대기오염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NGO 중 하나인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로부터 중국의 미세먼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별을 본 적이 없어요."


중국 베이징 경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 대기오염으로 하늘이 뿌옇다 / 그린피스


“하늘에 뜬 별을 본 적이 없어요.” 중국 베이징에 사는 5살 어린이 마라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과 한낮의 푸른 하늘은 그림책을 통해 봤을 뿐이다.


마라야가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그린피스


마라야와 부모님은 지난 2012년 12월,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와 중국 베이징대학교 공공보건대학(School of Public Health, Peking University)이 공동으로 실시한 초미세먼지(PM2.5) 측정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24시간 몸에 부착하고 생활하면서 평상시 실제로 초미세먼지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결과는 3제곱미터당 하루 평균 38마이크로그램. 세계보건기구 하루 평균 기준치 25마이크로그램보다 1.5배 많은 수준이다. 이 실험에는 마라야와 같은 유치원생뿐 아니라 회사원, 택시 기사,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 등 중국에 거주하는 수십 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는데, 실험 기간 동안 야외 활동 시간이 미미했던 마라야에 비하면, 택시 기사 참가자는 121마이크로그램을 기록,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보다 5배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부착한 마라톤 대회 참가자. 6시간 만에 필터가 새까맣게 변했다 / 그린피스


평소에 마라톤을 즐기던 한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직원은 측정기를 부착하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불행히도 대회가 있는 날 미세먼지는 심각했고, 측정기 필터는 6시간여 만에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그해 겨울,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88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는커녕 태어나서 맑은 하늘과 별을 보기조차 어려운 환경. 그야말로 숨 쉴 자유를 잃어버린 중국 시민들. 이렇게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으면서도 초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했던 무렵,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초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중국 사회에 대기오염에 대한 공개적 논의를 이끌어 내는 것을 첫걸음으로, 지난 2011년 본격적인 대기오염 저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린피스 캠페인에 참가한 한 어린이와 엄마가 "초미세먼지(PM2.5) 안 돼요!" 라고 쓰인 메시지를 들고 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중국 내 최초 대기오염 캠페인 시작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중국 내 최초로 대기오염 캠페인을 펼친 NGO 가운데 하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전,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제안들을 올림픽위원회에 제출했으며, 2012년 12월에는 베이징대학교와 함께 대기오염과 건강 유해성에 관한 보고서 '위험한 호흡'을 발간했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시안 등 중국 4개 지역에서 조기 사망자 8572명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다. 대기오염과 건강 유해성에 관련한 중국 내 연구가 많지 않던 상황에서 해당 연구보고서는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관련 연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3년 뒤인 2015년, 조사 범위를 넓혀 중국 주요 31개 도시를 대상으로 두 번째 보고서를 발표했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25만7천 명이 조기 사망, 인구 10만 명 중 90명꼴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한국 언론에서도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린피스 보고서 '위험한 호흡'과 관련 기사들 / 그린피스, 차이나 데일리, 국민일보


그린피스, 대기오염의 원인 '석탄'에 주목하다


초미세먼지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끌어올린 그린피스는 다음 단계로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 분석에 나섰다. 지난 2013년 12월, 영국의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와 함께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의 대기오염 발생 원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석탄 연소가 해당 지역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중국 허베이성의 석탄발전소 앞에서 대기오염 캠페인을 하고 있다.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 초미세먼지 원인 분석 및 저감 대책 보고서 / 그린피스


중국 정부, 변화를 보이다


그린피스의 대기오염 캠페인이 2년여 진행됐을 무렵, 중국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중국 정부가 2013년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한 것.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 수치 대폭 낮추기

둘째, 석탄 소비량 통제


중국 정부가 석탄 소비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실제로 2011년도 베이징, 허베이, 산둥, 이 세 지역의 석탄 소비량은 유럽연합 전체의 석탄소비량보다 많았다. 중국 동부 지역(전 세계 면적의 0.6%)의 2013년도 석탄 소비량은 무려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의 21%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석탄 소비량을 줄여야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어 2014년 리커창 중국 총리는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린피스, 대기오염 피해 주민에 주목하다


초미세먼지의 위해성과 발생 원인에 대한 전국적 공감대가 형성된 단계에서, 그린피스는 에너지 발전 구조 개편과 더 엄격한 환경보호 조치, 그리고 대기오염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기로 판단했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2014년 말 사진작가 루광과 함께 허베이성의 철강 공장 밀집 지역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철강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주민들은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렇게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취약 계층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지역을 떠날 수도, 마음껏 숨 쉬고 살 수도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공개되면서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함께 작업한 사진작가 루광은 세계보도사진전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중국 허베이성 철강 공장 지대 / 그린피스


중국 허베이성 철강 공장 지역 주민 / 그린피스


중국 장쑤성의 지역 주민. 공장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기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 그린피스


이 밖에도 그린피스는 지난 2015년 1월 지아 장커 감독과 함께 중국의 극심한 대기오염 현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스모그 저니(Smog Journeys)'를 제작했다. 매일의 일상생활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된 현실에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행동에 나서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2015년 2월 중국 CCTV 기자 출신 차이징은 중국 내 대기오염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언더 더 돔(Under the dome)'을 발표했는데, 이 다큐멘터리에는 지난 2012년 그린피스와 베이징대학교가 함께한 미세먼지 측정기 부착 실험을 기자가 직접 실행해 본 이야기가 녹아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발표 직후 48시간 만에 조회 수 2억 회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 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15년 말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다른 NGO 단체들과 함께 대기오염이 극심한 날, 최고 등급인 홍색 경보 발령을 정부에 촉구했고, 2015년 12월 베이징시가 사상 처음으로 대기오염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대기 질 개선됐지만 여전히 심각… 에너지 전환 필요


그린피스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학계, 그리고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정책 변화와 함께 중국의 대기 질은 실제 개선되고 있다. 2013년을 정점으로 석탄 소비량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대기 질도 개선됐다. 경제 시스템의 변화, 청정에너지 산업의 성장, 정부 규제 등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정부의 2017~2018년 겨울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행동 방안은 철강 및 시멘트 산업 등의 생산량 자체를 제한했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별 엄격한 관리 감독을 시행했다. 550만 가구의 난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 및 전기로 전환하는 것 등도 포함됐다. 매우 엄격한 정부 규제와 운 좋은 기상 조건이 만나 2017년 4/4분기 베이징과 톈진, 그 주변 26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3.1%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가 심각한 날들은 여전하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질이 평균적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날들의 수준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기오염 기준과 저감 목표가 강화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에너지 시스템 자체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되고 경제 구조가 청정한 시스템으로 바뀔 때,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그린피스 캠페인, 그리고 시민의 힘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활동가들이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며 초미세먼지와 건강 유해성에 대해 전하고 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지난 2014년을 시작으로 매해 중국 전역 도시들의 대기 질 순위를 발표해오고 있다. 그린피스의 이러한 노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를 이끌어냈고, 현재는 중국 정부 역시 도시별 대기 질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 대기오염 캠페인 팀 45명은 지난 2011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총 12개의 연구 보고서와 12건의 자료 분석, 51건의 긴급 대응, 2300여 건의 언론 보도를 통해 캠페인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다.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앞으로도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 목표를 세우고 잘 이행해가는지 지켜보며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건설적인 정책 제안을 꾸준히 이어 나갈 계획이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직접행동을 하고 있다 / 그린피스


2011년도에 문을 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또한 국내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지난 2014년 연구 보고서 작업 착수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석탄발전소 퇴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하버드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 석탄발전소발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 수가 매년 최대 1600명에 이른다는 결과를 국내 최초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석탄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 향후 석탄발전소를 줄이는 정책 수립에 역할을 했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한 직접행동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은 깨끗한 하늘을 위한 변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마음껏 숨 쉴 자유를 바라는 전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변화를 요구할 때, 우리 모두의 깨끗한 내일은 앞당겨질 것이다. 변화를 희망하고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야말로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다.


중국 미세먼지, 어디까지 들어봤니? | 기후와 에너지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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