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진정한 리더십을 기다려 왔습니다. 전 세계 대표단이 한 자리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논의를 시작하는 IPCC총회가 열린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서 올바른 쪽에 설 수 있는 지도자,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후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난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기업들은 온실 가스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 우리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결정적 순간'을 맞이했다.
기후변화에 맞서 싸워 온 지난 20년 동안, 저는 어떤 정치인이나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지도자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지켜봤습니다.
1997년 교토에서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온실 가스를 20% 줄이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당시 그 어떤 선진국이 내놓은 방안보다 진보적인 것이었죠. 이 결정을 놓고 어떤 사람들은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리더십이 발휘된 것이라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교토의 결정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몇 년 뒤 총리가 됐고, 핵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면서 대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가능에너지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독일을 이끌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메르켈을 '기후 총리'라고 불렀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2015년 '기후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행정권을 동원해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26~28%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후와 관련한 국제적 노력에 미국이 비로소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오바마의 기후 리더십'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리더십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습니다. 메르켈과 오바마가 기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와 기업들이 그런 방침에 따라 온실가스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고 있고, 저는 여전히 진정한 기후 리더십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인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시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검토해야 할 진실의 순간, 그리고 훨씬 큰 변화를 만들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와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던 기후 이변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언젠가 찾아오리라고 경고했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우리 앞에 임박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을 계속 간다면,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서 '온실(Hot House)' 상태로 진입하게 되리라고 과학은 준엄히 경고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그 선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세계 지도자들은 우리가 어떤 기후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특정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류와 지구 자체를 최우선으로 하여 지도력을 발휘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유럽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 일본을 강타한 연속적인 자연재해, 허리케인 플로렌스 등, 극한적 기상 이변이 올해 줄줄이 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화석연료 소비와 삼림 벌채가 초래한 이변들이며, 기후변화와 분명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사태들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기후 모델로 예측했던 것과 일치하며,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우리 시대 지도자들의 역할은 이런 사태에 적극 대응하는 것입니다.
전면적인 변화를 대담하게 이끌어내는 지도자들, 추진력과 확신을 바탕으로 "내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들, 그런 용기와 지혜, 성실성을 갖춘 지도자들만이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듯,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진정한 리더를 찾기가 여전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 그런 리더라 주장하지만, 프랑스의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는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크롱의 행동은 그의 말과 딴판입니다.
뉴질랜드에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는 듯합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이끄는 뉴질랜드 정부는 새로운 연안 석유 탐사를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죠.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기후 리더다운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며, 트럼프가 내놓는 부도덕한 방침들과 맞서 싸웠죠. 하지만 여전히 캘리포니아의 석유 생산량은 미국에서 여섯 번째이며, 더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브라운 주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진정한 기후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최근 이런 리더십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최근 한국의 충청남도가 아시아 최초로 탈석탄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 가입과 2050년까지 탈석탄할 것을 선언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한국의 중앙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에너지 전환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2030년까지 석탄 발전으로부터 벗어나야만 인류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C 이내'라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해외 석탄 발전소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은 국민 세금을 통해 지난 십년간 9조원 이상의 금액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 투자해 왔습니다. 그곳 석탄 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대기 오염과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사양 산업이 되고 있는 석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1일 막을 연 IPCC연례 총회 참석을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대한민국 인천 송도에 모였습니다. 이 회의에 모인 이들은 모두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메시지를 듣게 될 것입니다. 바로 파리기후협정의 '1.5°C'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모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호하고 그리고 현명하게, 역사의 갈림길에서 올바른 쪽에 설 수 있는 지도자. 바로 이것이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후 리더십입니다.
대한민국의 더 많은 지도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시민 여러분이 그린피스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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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모건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그린피스의 국제 사무총장으로, 이 글은 제니퍼 모건의 톰슨 로이터재단 trust.org 기고문을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