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불편의점①]
'바늘'로 실천하는 플라스틱 없는 삶

지난 3월 열린 '그린피스 불편의점' 행사에서는 '의류'를 주제로 시민과 함께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꽃샘추위에 우박까지 내리던 어느 토요일, 40여명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정도면 될까요?" 가방 속에 가득 담긴 옷을 꺼내주시는 분, 정리함을 통째로 가져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입기에 소매가 짧아진 상의, 큰마음 먹고 샀지만 발볼이 맞지 않는 구두 등 다양한 사연을 담은 의류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택배 상자에 담겨 부산에서 날아온 물품도 있었죠.


플리마켓이 열리는 걸까요? 어느새 행사장 한쪽 벽이 알록달록한 옷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행사장 한쪽을 가득 채운 물물 교환 물품들


우리가 입는 옷이 플라스틱 오염에 기여한다?


지난 3월 30일 그린피스는 시민과 함께 우리의 의류 소비 방식이 플라스틱 오염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과 해결 방안에 대해 얘기하는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


첫 순서로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이 의류를 '물물 교환'하거나 '다시 활용'하는 방향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생산되는 옷의 주재료인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는 석유에서 뽑아 낸 원료, 즉 플라스틱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들어진 의복을 입고 생활하는 동안, 그리고 버려진 후에도 '미세 플라스틱'의 형태로 플라스틱 오염이 진행되죠. 특히 요즘은 의류를 소비하는 방식이 '패스트 패션', 즉 유행에 따라 대량 생산해 짧은 시간 입고 버리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플라스틱 오염을 가중하는 현재의 의류 소비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옷을 오래 입고, 다시 입고, 바꿔 입고, 재사용하는 방향에 대해 알아 가는 시간을 갖고자 기획됐습니다.


'물물 교환', 이미 사용한 중고 물건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지난해 12월에 열린 불편의점 행사에서 성황리에 진행 된 '물물 교환'이 이번에도 열렸습니다. 그린피스 물물 교환의 특별한 점은 바로 '가치를 찾아 가는 물물 교환'이라는 점입니다. 물건의 '시장 가격'이나 '상태'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쓰던 사람의 이야기와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더 의미를 두는 교환이기 때문이죠. '내가 소중하게 쓰던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그 가치를 더욱 빛낸다.' 물물 교환에 대한 발상 전환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해진 자리였습니다.


'바늘'과 '실'로 만드는 플라스틱 없는 삶


각자 준비해 온 자투리천으로 소품을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버려지는 자투리천이나 입지 않는 옷을 활용해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도와줄 작은 소품을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진행됐습니다.


모두 미리 준비한 천으로 다채로운 색과 형태의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된 마트 내 비닐봉투 사용 규제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흙 묻은 당근이나 낱개로 파는 사과를 속비닐에 담아 올 수 없는데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서도 식재료 쇼핑을 편리하게 할 수 있고, 혹은 텀블러를 편하게 가져다니기 위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가며 자기만의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10년 만이라며 어색해하셨습니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각자의 정성을 담은 특별한 소품이 완성됐습니다.


다음은 참가자 후기 중 일부입니다.


"못 쓰는 물건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타인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물물 교환 등이 재밌었습니다!"

"몰입하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낄수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정미 강사와 함께 소품을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구멍 난 양말을 수선해서 신는 것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저렴해진 의류 시장.

그 뒤에는 값싼 합성섬유, 바로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처럼, 사서 한철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문화가 결국 플라스틱 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오래 입겠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옷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질리지 않고 유행을 덜 타는, 튼튼하고 좋은 소재로 만들어져 수선과 세탁이 쉬운 옷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잠깐의 시간을 들여 구멍 난 양말을 수선해서 신고, 헤진 팔꿈치에 천을 덧대어 개성 있는 옷으로 재탄생 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실'과 '바늘'로도 플라스틱 없는 건강한 지구를 위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불편의점은 곧 다른 주제를 가지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플라스틱 캠페인 함께하기<<


글: 김지우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시민 참여 캠페이너

매거진의 이전글 고래, 돌고래, 물개 사체에서 나온 '플라스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