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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위기에 처한 한국,
우리 시민들의 요구는?

반복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 방법은? 그린피스 설문조사 결과 우리 시민들은 '정부의 강력한 소비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필리핀의 한 해안가에서 발견된 아기고래의 사체. 사인은 위장에서 검출된 비닐봉지 40kg.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소식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사실이 더 슬프게 다가옵니다.


매년 300만 마리의 해양생물이 바다로 흘러든 비닐봉지나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새삼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생활 속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습니다. 부엌, 화장대, 욕실, 책상...모든 곳을 장악했네요. 결국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이 일회용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고래의 삶을 위협하게 된 것이죠. 플라스틱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해양생태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미 우리 이웃의 마을에 내 집 앞에 그리고 우리 가족의 식탁 위로 드리워졌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동물의 위장, 식용 소금, 생수 등에서 검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시작으로 1년간 크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계속 겪고 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일반 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봤습니다. 우리 시민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겪었을까요?


이제 ‘플라스틱 소비’의 수도꼭지를 잠글 때


욕조의 물이 넘치면 수건으로 바닥을 닦는 게 아니라 수도꼭지를 먼저 잠가야 하죠. 플라스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활용’, ‘소각’, 매립’ 등 이미 발생한 쓰레기 처리에 관해 얘기하기 전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지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에 공감한 세계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New Normal’ (뉴노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표준), 즉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과 같이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우리가 맞닥뜨린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해결방안으로 보고, 실제로 직접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응답자들은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소비량 줄이기’가 가장 우선 진행되어야 하는 해결책으로 꼽았다.(출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조사’, 그린피스)>



<과반의 응답자가 지난 1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출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조사’, 그린피스)>


기업,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세요


하지만 개인의 소비를 줄이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 사용 감축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며, 시민들의 노력과 함께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생필품과 식료품 구매 시, 불필요하게 많은 플라스틱 용기 및 포장재가 포함된 제품만 제공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 세계 42개국 18만 7천여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코카콜라-네슬레-펩시코와 같은 소비재 기업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우리 시민 중에서도 대안, 즉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기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못한 이유로 ‘대안’이 없는 것에 공감했다(출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조사’, 그린피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플라스틱 1차 소비자인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그렇기에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매우 중요합니다.


시민의 요구는 기업이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책임을 다할 것과 지속가능한 방식의 제품 생산 방식으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죠. 해외의 기업은 플라스틱을 줄여갈 것을 약속하고 있고, 또 플라스틱을 대체하거나 재사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P&G, 네슬레, 펩시콜라, 유니레버와 같이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은 반품, 세척,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유리, 금속 등으로 만든 용기에 제품을 넣어 판매할 계획을 밝습니다. 또 재사용 테이크아웃 컵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 ‘베셀웍스’(vessel works)나 공유 택배 박스를 구축한 핀란드 ‘리팩’(RePack)과 같이 신박한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 역시 같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의 주체인 기업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하거나 재사용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모색할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시민 10명 중 9명, 기업의 플라스틱 소비 강력하게 규제 필요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이러한 시도가 매우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32kg, 시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은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국 중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습니다. 엄청난 소비에 비해 미흡한 처리 시스템은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2018년 4월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 해외 불법 수출 및 플라스틱 쓰레기 산 발견 등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 사건이 이어졌다


시민의 지탄 속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와 같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가 시행됐지만, 안타깝게도 시행 정책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규제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노력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단 5%에 그쳤다(출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조사’, 그린피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불필요하게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행태를 강력하게 규제해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시민의 요구에 걸맞은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의 정책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10명 중 9명에 달하는 응답자가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정부가 규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출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인식조사’, 그린피스)


현재 바다에는 최대 51조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니고, 2050년까지 총 120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주변 환경에 쌓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와 우리 삶의 터전을 삼킬 것입니다.


세계의 ‘탈’플라스틱 움직임과 발맞추어 우리 시민들은 ‘기업’의 적극적인 변화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을 권리, 그린피스와 함께 환경부에 요구해 주세요.


>>참여하기<<


글: 김민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커뮤니케이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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