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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맞서는 맥주!
재생에너지 맥주는 무슨 맛?

깨끗한 에너지만 골라 쓰는 맥주 회사, ABI Korea 오비맥주 니콜라스 잉겔스 부사장과의 대화.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맥주 회사, 에이비인베브(AB InBev)는 2025년까지 미국, 호주, 멕시코 버드와이저 생산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에이비인베브 한국 지사 ABI Korea 오비맥주의 니콜라스 잉겔스 부사장은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선택권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등 한국 에너지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힘써 왔습니다. 맥주 회사가 왜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알아볼까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오비맥주 부사장, 니콜라스 잉겔스입니다. 맥주의 고향이라도 불리는 벨기에에서 왔습니다.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한국도 맥주 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곳이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ABI Korea 오비맥주 부사장 니콜라스 잉겔스. 출처: 그린피스


Q. 아직 7월 초인데 벌써 기온이 35℃나 됩니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기후변화는 세계 맥주 생산과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의 고향인 유럽 전역이 찜통 상태인데요. 지난달 프랑스는 낮 최고기온 45.9℃를 기록했다고 해요. 인도도 52℃에 달하는 폭염에 시달렸어요.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 맥주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우리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맥주 판매량이 아닙니다. 올해 폭염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의 건강과 목숨이 위협받고 있어요. 그리고 기후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작물 재배 방식과 식량 생산 체계, 그리고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어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고객과 협력 업체, 그리고 지역사회와 환경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에이비인베브(AB InBev)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에이비인베브는 2025년까지 미국, 호주, 멕시코 내 버드와이저 생산 공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써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정도 감축했습니다. 그러자 협력 업체들이 저희를 찾아와 어떻게 100%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했는지 묻더군요. 자기 회사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요. 호주의 경우, 재생에너지 구매 의향이 있는 다양한 업체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더 많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AB InBev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미국, 호주, 멕시코 버드와이저 생산 공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출처: ABI Korea


Q.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면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먼저, 에너지 관련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이미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지만, 우리 회사처럼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설비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추가 환경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 차원의 에너지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는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입니다. 우리가 기후변화처럼 시급한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맥주병에 '100% Renewable Electricity'라는 라벨을 붙여 판매합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과 같이 깨끗한 전기만 썼다는 뜻이죠. 이에 소비자 반응이 좋아 2019년도 미국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경기 방송 중 '바람이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은 없었다(Wind Never Felt Better)'라는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풍력 에너지 사용으로 친환경 맥주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과 같이 깨끗한 전기로만 생산한 버드와이저 캔. 출처: ABI Kore


Q.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나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골라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도 단 3.5% 수준입니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신 회사 사업장, 공장 부지 등을 활용해 자가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가 발전만으로는 필요한 전력의 10~15%밖에 공급하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100%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Q. 어떠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가요?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소와 기업이 직접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방식은 기업이 구매한 양만큼 친환경 발전 시설을 확대하며,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기 힘듭니다. 기업이 실제로 사용하는 전기는 여전히 화석연료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Q.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후변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태워 이익 창출 활동을 해 온 기업들은 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기업과 정부에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해 우리 모두의 삶과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기업에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 기업은 그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과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도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신속하게 개선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실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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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유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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