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R(EV)IEW⑤] 이영숙 아이오닉 일렉트릭 운전자
전기차 10만 대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는 여전히 많습니다. 그린피스가 전기차 운전자를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60대 엄마도 전기차에 도전하는데, 망설임 없이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해요. 저의 한 걸음은 77억분의 1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한 걸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좋은 일 하는 딸 둘을 둔 대한민국 엄마 이영숙입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고 있습니다.
Q. 전기차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하루는 둘째와 동네를 산책하며 손주 타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엄마 손주들은 어쩌면 이렇게 산책도 못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못 할지도 몰라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우리가 지구에 살면서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환갑을 기념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로 바꿔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도 운전을 할 때 전광판의 미세먼지 수치가 눈에 들어오거나, 신문을 볼 때 산업 공해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오면 걱정이 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내 아이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내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왔다고 확신했습니다.
마침 귀갓길에 현대자동차 매장이 있어 들어갔는데 전기차를 처음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기름이 흐르고 매연이 나와야 움직이는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를 켜고 끄는 것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보통 예약을 하고 5~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데, 저희는 운이 좋게도 2개월 만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Q. 애칭이 있다고 들었는데,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철이'입니다. 전기차는 앞쪽에 그릴이 없습니다. 그릴은 기본적으로 통풍구 역할을 하지만, 이미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앞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 '아이언맨'의 마스크가 떠오릅니다. 또한 전기차는 아래쪽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배터리는 어떤 충격에도 제자리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확실히 주행감이 묵직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Q. 이전 내연기관차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i30를 10년 정도 탔습니다. 새로 나온 가솔린차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전 가솔린차와 비교하면 500% 만족합니다. 우선 저의 편리를 위해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좋습니다. 제 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 때문에 지나가는 보행자나 뒤에 있는 운전자가 불쾌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습니다.
연료비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할부금의 절반을 가솔린 주유비에서 충당할 정도입니다. i30는 200km를 주행하면 3만원(10km/L, 1L당 1,500원 기준)이 들었는데, 아이오닉은 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4000원(8km/kWh, 1kWh당 173원)이 듭니다.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엔진 오일, 타이밍 벨트 등을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Q.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처음에는 충전이 익숙하지 않아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저의 고민을 들은 둘째가 "엄마, 휴대 전화 배터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세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제가 충전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더니 "바로 그거예요. 그냥 충전하면 된다고 마음먹으면 돼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는 자는 동안 휴대 전화를 충전하는 것처럼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충전도 익숙해지고 마음도 느긋해졌습니다.
Q. 전기차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도로의 수많은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석유가 지난 100년 동안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끝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부 보조금 900만원, 지방 자치 단체 보조금 500만원을 받았습니다. 보조금이 충분하다, 불충분하다 흑백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시민들에게 보조금을 넉넉하게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그렇게 되려면 어떤 주체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입주자 대표 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17년 주택법 개정안은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100가구, 200가구라고 하더라도 충전소를 설치하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제 소원은 손주들이 지금처럼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하며 오래오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전기차가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gkr@greenpeace.org로 이메일을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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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나현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