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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주행 거리?
수소차 넘어섰죠

[REAL R(EV)IEW⑥] 류연화 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책임 연구

전기차 10만 대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는 여전히 많습니다. 그린피스가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죠.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하면 도태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책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류연화 님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책임 연구원으로, 이후 증권 회사 자동차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류연화입니다. 거의 20년간 자동차 분야에 몸담아 왔습니다.


Q. 자동차 산업이 세기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배경은 무엇인가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90% 이상을 내연기관차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점차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제조사들은 빠르게 전동화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공유 자동차와 자율 주행입니다. 공유차가 확대되면 자동차 판매 대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자동차를 생산할 때 필요한 산업 기반이 줄어들게 됩니다. 자율 주행은 안전성과 편의성 향상으로 빠르게 발전하며 자동차와 IT 산업이 융합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유차와 자율 주행 기술이 만나면 인류의 삶의 환경은 대변혁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 같은 장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 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Q.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나요?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전기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성과는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취하는 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구산업인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이 전략이 효과가 있었지만, 신산업인 전기차 시대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테슬라 같은 새로운 회사에 점점 밀리게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책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류연화 님


Q. 지난 1월 수소차의 기술적 한계를 분석한 보고서인 '수소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발표하셨습니다. 신산업으로 불리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수소차)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수소는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장 탱크에 충전 압력을 아무리 높여도 더 이상 충전되지 않는 한계점이 있는 것입니다. 압력을 일정 이상 가하게 되면 탱크 내부의 수소 온도만 올라가게 됩니다. 따라서 주행 거리를 늘이기 위해서는 탱크의 개수와 크기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주행 거리에서 더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주행 거리에서 이미 수소차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행 거리 600km 이상이 나와 있고, 최대 주행 거리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기후에 직접 관련이 있는 에너지 효율 문제입니다. 연료 전지는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열과 전기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이 중 열 에너지는 운행에 불필요합니다.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냉각수로 식혀 줘야 합니다. 에너지를 버리는 데 에너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실제 주행에서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은 40% 정도입니다.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소를 만들고 충전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낭비가 심하니, 산업 전체를 보더라도 수소차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전기차 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책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류연화 님


Q. 사용 면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주행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또한 공기 필터, 냉각수, 연료 전지 등을 교체해 줘야 해 유지비도 들어갑니다. 광고에서는 수소차가 미세먼지를 걸러 주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합니다. 하지만 실험실 같은 닫힌 공간이 아닌 도로 같은 열린 공간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미세먼지를 공기 필터로 거를 뿐 오염된 공기를 연료 전지에서 정화해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의 약점은 실제로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충전 시간에 대한 오해가 그렇습니다. 전기차는 고속 충전 시 최소 20분, 일반 충전기에서 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최근에는 고속 충전기가 고도화돼 20분 이내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소차는 압축하는 데 15분, 충전하는 데 5분이 소요됩니다. 첫 번째 차는 5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지만, 뒤이은 차부터는 거의 20분 이상이 걸립니다. 충전 시간에서도 전기차가 수소차를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Q.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중국 시장에서 매년 SUV 판매량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SUV 트렌드를 놓쳐 4~5년간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와 자율 주행, 공유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시 힘든 시기를 겪지 않으려면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전기차는 15년이 지나고 나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습니다. 하지만 수소차는 15년이 지나더라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기차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gkr@greenpeace.org로 이메일을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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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나현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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