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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부터 블랙핑크까지,
2050 탄소중립 챌린지

드디어 시민과 그린피스가 요구해 온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비전이 수립되고 전략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걸까요?


지난 글에서 한국이 왜 기후악당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흘렀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에 정말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전 세계 시민과 그린피스가 요구해 온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문 대통령이 국가 기후위기 대응 목표로 제시하고, 정부가 뒤따라 추진 전략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2020년 6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국회를 배경으로 청년과 청소년 대표 33인이 출연해 정치권에게 기후위기 즉각 대응을 촉구하는 홀로그램 액션을 진행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K-POP 아티스트 중의 하나인 블랙핑크 역시 얼마 전 팬들을 향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소개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분명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한국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첫 번째 큰 갈림길에서 다행히 올바른 방향으로 몇 걸음 내딛었습니다. 이제 올바른 보행법과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발표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중요한 변화를 순서대로 짚어 보며 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걸음: 문 대통령, 2050 탄소중립 목표 제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있었던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한 문장에 불과했지만, 본회의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이 발언의 중요성은 컸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이란 앞으로 3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꾸준히 줄여 나가 2050년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 및 저장량(-)을 더하면 영(零, zero)이 되도록, 즉 현재 연간 약 7억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2050 탄소중립은 어려운 도전이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과학적 결론이며, UN에서 합의된 국제 사회의 목표이며, 이미 주요국이 추구하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UN은 사무총장의 공식 성명을 통해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이자 6번째 수출대국인 한국이 2050년까지 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이며, 기후 회복력이 강화되는 세계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하는 주요 경제국 그룹에 합류"했다고 환영했습니다.


그린피스 역시 환영 성명서를 내면서, "이번 발표가 말뿐이 아닌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 예정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온실가스 배출 목표(LEDS)에 오늘 대통령이 발표한 비전이 반영되고,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로드맵 수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걸음: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 개최


탄소중립 선언 한달 후인 11월 27일에는 대통령 주재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가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생존과 미래의 사활이 걸린 과제"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이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므로, 미루지 않고 "이번 정부 임기 내에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확실한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는 2019년 8월 부산 영도구에서 '지구온난화는 생존의 문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투사하는 레이저 액션을 진행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 사회와 과학계가 제시하는 수준에 많이 미달하는 목표였지만, 심지어 그마저도 지켜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당시 약 6억톤 수준이었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5억4,300만톤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UN에 제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우리의 도전적인 목표가 우리의 국격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역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며 2014년 기준 거의 7억톤 가까이 증가한 연간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60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 9월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행진하며 정부의 기후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8년 약 7억3천만톤으로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약속이 지켜질지, 아니면 과거처럼 허황된 말잔치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걸음: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12월 10일에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6개 방송사를 통한 대국민 생중계 연설 방식으로 '탄소중립 선언 비전 선포식'을 진행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발표된 '그린 뉴딜'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3가지 약속을 밝혔습니다.


선포식 말미에는 어린시절 즐겨 들었던 故신해철 님의 '더 늦기 전에'가 편곡된 뮤직비디오 영상이 나왔습니다.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라고 말했던 그가 지금 우리 곁에 있었다면, 블랙핑크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네 번째 걸음: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갱신(?)


12월 15일 국무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한국이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국무회의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우선, 정부가 이번에 '갱신'했다고 주장하는 NDC 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난 2013년 제출한 NDC와 비교했을 때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내용은 그대로여서 갱신이라고 볼 수 없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2015년 12월 파리협정 채택 이전에 NDC를 유엔에 제출했고 2021년 파리협정의 본격적 이행을 앞둔 2020년에 이를 갱신하기로 합의 했습니다.


한국이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제출한 NDC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었습니다. 배출량 기준으로는 2030년에 5억3,600만톤 배출을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후, 이번 보도자료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 7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과 2019년 12월 '저탄소 녹색성장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존의 배출전망치(BAU) 방식을 절대량 방식으로 바꾸고, 국외 감축 비중을 줄이고 국내 감축 비중을 높여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그러나 방식과 국내외 감축 비중이 바뀌었어도 배출량 기준으로 2030년에 5억 3,600만톤을 배출하겠다는 것은 전혀 바뀌지 않아서 그 동안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를 그대로 제출하겠다고 확정한 것입니다.


과거 정부들이 감축 목표만 세워 놓고 오히려 늘려 왔기 때문에 감축 부담이 늘어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금년 7월에 2025년까지 무려 43조원을 투자해 그린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새롭게 수립했을 뿐 아니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겠다는 새로운 장기 목표도 수립되었는데, 중기 목표는 2년 전 목표 그대로 가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판을 예상한 듯 문 대통령 스스로도 12월 12일 UN 기후목표정상회의에서 "2030년 감축 목표도 조속히 상향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번 NDC 확정 보도자료에서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 비전을 고려하여, 2025년 이전까지 2030년 감축 목표를 상향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기는 합니다.


2050 탄소중립의 시작은 2030년 감축 목표 두 배 강화로부터


그린피스는 2020년 8월 20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컨벤션센터 앞에서 서울의 랜드마크가 녹아내리는 가상 상황을 연출해 정치권에게 기후위기 선제 대응을 요구하는 액션을 진행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10년 뒤인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 수준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감축 역량을 고려하여 독립적인 해외 평가 기관이 제시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2049년까지 줄이지 않고 있다가 2050년 1년안에 줄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그래프에 있어서 기울기보다 중요한 것은 면적입니다. 따라서, 당장 내년부터 매년 7% 이상의 감축을 해야 합니다. 물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우리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기에 기틀을 잡는 초반에 속도가 조금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노력하지 않고, 5년 뒤부터 더 급격히 줄이겠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환경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약 3.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석탄 발전 일부 가동 중단 및 발전량 제약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경기 침체로 지난해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18년을 우리나라 역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해로 남기고, 경기가 회복된 코로나 이후에도 사회경제 시스템 전환 정책을 통해 매년 연간 약 7%의 온실가스 감축을 할 수 있는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느냐가 문재인 정부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2050년 탄소 중립도 중요하지만, 2030년까지 절반을 줄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5년 뒤인 2030년이 아니라 내년 상반기 안에 현재보다 두 배 강화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 하면,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2050 탄소중립 비전도 말잔치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말잔치로만 끝났을 때 우리 사회와 경제에 즉각적인 불이익이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보다 훨씬 빠른 203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카메라 센서, 메모리 칩을 납품하는 국내 협력 업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간판 기업인 소니는 최근 재생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한다며 일본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바뀌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여 빠르게 변하지 못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한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도 빠르게 악화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의 내용과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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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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