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이제 우리 일상과 떼레야 뗄 수 없는 위협요소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연일 지속된 폭염으로 일사병이나 열사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홍수로 일본 도심 곳곳의 도로가 강으로 변해 수백만 명이 대피했습니다. 시베리아의 하늘은 지속된 가뭄과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모두 2021년 상반기 지구의 한 켠인 아시아 대륙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요.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계속해서 반복 발생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후 과학자들은 그동안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지구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땅, 바다, 빙하, 그리고 대기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중 이제 멈출 수 없는 변화도 있지만, 분명 멈출 수 있는 변화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향후 1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삭감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파괴적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 세계가 2030년까지 감축 노력을 소홀히하면 너무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온도 상승을 1.5도에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울 게 없다고요? 최근 발표된 제6차 평가보고서는 7년마다 발표되었던 이전의 보고서와 다릅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30년간의 과학자료를 한데 모은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목격하고 실감하는 이때 발표되어 더 의미가 큽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에 나타나게 될 현상이 아니라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IPCC 보고서의 과학적 근거와 자료, 그리고 우리가 직접 목격하고 있는 현상들이 있기에, 우리는 각국 정부에게 화석연료 기업에게 책임을 물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보고서 전체를 다 읽지 않아도 됩니다 (거의 4천 페이지에 달하거든요!). “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 – 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의 내용을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5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보고서는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지금 바로 강력한 감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팩트: 아시아의 기온은 상승할 것입니다.
“폭염이 증가하고 한파는 감소하는 현상이 앞으로 수십 년 간 이어질 것입니다 (높은 신뢰도).”(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 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
도쿄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기온이 가장 높은 폭염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 고통을 호소하고 실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린피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본토,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중 57개 시의 기온을 기록하고 분석하며 이 도시들의 폭염 일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더위를 더 일찍 겪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높은 기온은 사람의 건강과 농업, 생태계 그리고 경제에도 위협이 됩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목숨을 잃었고 과도한 에너지 수요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 쓰러져 병원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폭염은 북아시아의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여 이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지구 곳곳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 팩트: 아시아는 더 자주 가뭄을 겪게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뭄이 더 잦아졌습니다. (중간 신뢰도).” (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 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
올해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대만은 전 세계 마이크로칩 생산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에 대만의 가뭄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대만은 올해 역대 최저치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핵심자원인 물이 부족해지자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곳에서 반도체 제조공장까지 트럭으로 운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가뭄에 사진 속 대만의 관광명소인 증문 저수지와 호수는 말라붙어 마치 달의 표면을 연상케 합니다. 이는 지금처럼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나타나게 될 현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연 강수량을 채워주던 태풍 발생 빈도 감소가 가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기후변화로 태풍의 패턴이 바뀐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2100년, 대만의 태풍 발생빈도가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폭염의 발생 빈도와 강도 또한 증가해 가뭄이 잦아져 식품과 같은 주요 산업을 위협하고,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것입니다.
○ 팩트: 아시아의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입니다.
“아시아의 해수면은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빨리 상승하고 있어 해안 저지대가 침수되고 해안선이 후퇴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평균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입니다 (높은 신뢰도).” (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
해수면 상승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합니다. 자카르타나 마닐라와 같은 도시들의 가라앉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인구가 많은 도쿄 해안의 저지대도 해수면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저지대를 침수시키고 해안선을 후퇴시키는 등 피해를 유발합니다.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 현상이 증가하면서 폭풍과 해일도 더 강해지고 더 잦아졌습니다. 해안선이 내륙으로 후퇴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해안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과 주택, 그리고 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올여름 그린피스는 처음으로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사용해 폭풍 해일로 인한 홍수와 해수면 상승이 미치게 될 위협을 분석해 보고서를 담았습니다. 보고서는 2030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아시아 주요 7개 도시에서만 약 1,500만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시급히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7,24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팩트: 아시아 전역에서 파괴적인 홍수와 산사태의 빈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집중호우의 강도와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높은 신뢰도) 산사태 빈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 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몇 주전 중국 허난성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수백 명이 실종되었고 1년 치 비가 단 3일 만에 쏟아지며 3일 동안 내린 비가 ‘천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폭우가 천년에 한 번이 아닌 몇 년에 한번 겪게 되는 악몽이 될 것입니다. 북한과 일본도 지난주 폭우가 쏟아지며 도로와 주택, 다리와 농장이 침수되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진행되면서 집중호우와 같은 극심한 이상 기후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시아는 그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입니다.
○ 팩트: 적설 기간과 빙하 면적이 계속해서 감소할 것입니다.
“21세기 중반까지 아시아 고산지대에서 녹아내리는 빙하의 양이 계속 증가해 (중간 신뢰도) 빙하 면적이 줄어든 만큼 향후 녹아내리는 양도 줄어들 것입니다.” (IPCC, 2021: 지역별 영향 팩트 시트- 아시아. 기후변화 2021: 자연관측 기반.)
아시아 고산지대는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눈과 얼음 보존량이 많은 곳입니다. 중국 서부 고원지대에는 총 4만 6천여 개의 빙하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곳의 기온 상승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 얼음과 빙퇴석이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호수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자연의 댐이 없어지면 녹아내리는 물이 아래 위치한 마을을 덮치고 갑작스러운 홍수를 만들어 마을 전체가 휩쓸려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양이 증가하겠지만 빙하가 축소되고 결국 없어지면서 점점 녹아내리는 양도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주변 강으로 유입되는 빙하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명에 큰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습니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만일 우리가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1.5°C 목표 달성한다면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피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나는 티핑포인트를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지구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이미 많은 정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실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하루빨리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고 이를 위한 조치를 바로 실행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배출량을 현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지구를 기후변화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기술과 지식이 이미 있습니다. 야심찬 전 지구적 기후 행동만 더해지면 됩니다. 전 세계가 바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 정부가 신속하게 기후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주세요.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 정상회의 COP26에서 각국 정부는 보다 과감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보다 야심찬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주실 때입니다.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