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6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됩니다. 우리 모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필리핀에서 전해 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19년,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는 LGBTIAQ+ (게이, 레즈비언, 바이 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에이 섹슈얼 및 퀴어) 커뮤니티 멤버들 및 지지자들과 함께 #함께저항해요(#ResistTogether) 라는 테마와 함께 퀴어 운동은 하나의 시위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자긍심의 달을 기념하였습니다.
*자긍심의 달(pride month): 매년 6월은 전 세계 LGBTIAQ+와 지지자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 전반에 소외되어 있는 다양한 퀴어 관련 주제를 가시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자긍심의 달은 LGBTIAQ+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불리는 1969년 6월 28일에 시작되었던 미국 뉴욕 스톤월 항쟁에서 영감을 얻어 매년 6월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2019년 개최된 메트로 마닐라 프라이드 행진에는 무려 70,000명이 참가자들이 참여하였으며 지난 2018년에 세운 기록을 경신하였습니다. 민주주의 가치가 서서히 자리를 잃어가는 필리핀임에도 깨어 있는 필리핀 시민들의 당당한 입장 표명은 수많은 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기후 파업(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결석하거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움직임) 또한 전국 각지에서 싹 트고 있습니다. 기후 파업은 LGBTIAQ+ 운동과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이 둘은 연관이 있습니다. 조슈아 빌라로보스(Joshua Villalobos) 마빈 몬포트(Marvin Monfort) 같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두 사안이 하나이며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라고 주장합니다.
기후가 취약한 국가에서 LGBTIAQ+로 살아가며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소외/차별을 당한 적이 있으셨나요?
소외당하는 것은 LGBTIAQ+ 커뮤니티 일원들에게는 그림자 같은 존재예요. 남들과 다른 성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순간부터 소외와 차별이 당신을 덮칠 것이라는 예상해야 합니다. LGBTIAQ+ 커뮤니티의 모든 멤버는 규모와 상관없이 소외 또는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요. 저의 경우에 소규모 차별은 주로 사람 대 사람 관계에서 언어폭력 등으로 흔히 일어나요. 하지만 더 심한 것은 기관 또는 정부로부터 일어나는 대규모 차별이에요. 이런 상황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가장 힘없는 국가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건 기후 변화에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3배로 힘든 일이죠. 하지만 저는 물러설 수도, 물러서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의 퀴어들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기후 운동가들과 퀴어 운동가들은 같이 연대해야 합니다. 만약 기후 운동가들이 그들이 말하는 정의의 신념을 진심으로 가지고 있다면 퀴어 운동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저희 LGBTIAQ+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퀴어들이 기후위기가 가져올 영향에 가장 취약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고려하면 저희의 이러한 투쟁은 저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며 과거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앞으로 닥칠 태풍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하. – 필리핀은 매해 평균 20건의 태풍이 발생하거든요.
어떤 변화를 원하시나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많은 이해와 배려를 부탁하고 싶어요. 부유한 국가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 기후 재앙의 피해자들과 증오 범죄의 피해자 모두를 위한 정의를 요구할 거에요. 또한, 저는 현재 필리핀 내의 SOGIE(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Expression,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표현) 평등 법안과 동성 결혼 법안의 입법부 통과를 위해 커뮤니티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요.
무엇이 당신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감과 희망을 주나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저를 포함하여 제가 누구를 위해 이 싸움을 하는가를 생각해요. 전 항상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아요. 또한 퀴어 자유화 운동을 주도했던 마샤 피존슨과 실비아 리베라 외에도 지역 환경과 석탄 사용 금지 운동을 한 로마나 데로스 레이에스 박사님, 준준 모히카, 크리스 곤잘렌스 신부님, 게리 알미나자 교주님 등 저보다 먼저 이 싸움을 시작했던 분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답니다.
기후 운동이 LGBTIAQ+ 운동으로부터 어떤 점들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저항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퀴어 자유화 운동에 불을 붙였을까요? 바로 저항 운동입니다. 이제는 “어? 잠시만, 왜 우리가 너희 보다 고통받아야 하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저희 퀴어들은 오래전부터 소외당해왔지만 끊임없는 소외와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워왔습니다. 기후 운동 또한 마찬가지이며 특히 기후 정의를 요구할 때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 앞에 나서서 평등성과 공정함을 요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후 재앙 괴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저희 같은 부유하지 않은 국가들이기 때문이죠.
모든 운동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듯 항상 혐오하고 부정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저희의 노력을 마음대로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죠. 하지만 저희의 이 싸움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물러서지 않아야 합니다.
퀴어 자유화 운동은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 및 서양의 여러 국가에서 많은 업적을 이뤄냈으며 여러 국가들의 LGBTIAQ+ 커뮤니티의 시위와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확고히 주장하는 데에 많은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기후 운동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이미 많은 국가가 미래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환경 관련 협정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은 이미 석탄 사용을 줄이기도 하였죠.
기후가 취약한 국가에서 LGBTIAQ+로 살아가며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나요? 소외/차별을 당한 적이 있으셨나요?
저는 퀴어로서 아직은 기후 위기와 관련해 불평등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현재로선 저희 모든 시민이 한배를 타고 있지만, 미래의 정부 우선순위 부분에서는 시스 젠더(자신이 타고난 '지정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하고 있는 성별 정체성이 '동일하다.' 혹은 '일치한다.' 고 느끼는 사람), 이성애자들과 다른 레벨에 놓일 것이라 거의 확신해요. 왜냐하면 퀴어들은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그들이 누리는 혜택들을 (합법적인 동성 결혼 등) 부여받지 못했거든요.
LGBTIAQ+ 멤버나 커플들이 가족 단위로 인정되거나 우선순위로 인정받지 못해 집 또는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들이 있어요. 이런 일들은 특히 태풍 강타 이후 대피소에서 일어나고는 해요.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며 과거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수년간의 질문 끝에 저는 제가 이렇게 태어났다는 점, 그리고 주로 스스로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혐오를 조장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연에서는 많은 동물이 동성애와 트랜스 젠더 성향을 지닌답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들의 욕심 때문에 환경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를 너무나 억압해 왔습니다.
어떤 변화를 원하시나요?
전 사람들에게 우리가 인간으로서 저지른 것들 (인구 과잉 및 부패한 정치인들이 그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지지하는 미흡한 교육) 로 인해 생태적인 파멸을 맞이하고 있다는 현실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현실 중 어느 한 것도 특정 그룹(퀴어 커뮤니티)이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회 안전망과 법률은 기업들과 그들의 목적이 아닌 시민들과 환경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산업계가 초래한 기후위기는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특히 더 힘들어지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당신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감과 희망을 주나요?
전 희망을 잃을 때마다 특권층의 이기심으로 인해 미래를 잃을 수도 있을 제 조카와 같은 아이들을 생각해요.
기후 운동이 LGBTAIQ+ 운동으로부터 어떤 점들을 배울 수 있을까요?
친환경적 삶을 사려 노력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일 수도 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지 않기, 줄이기, 다시 쓰기, 재활용하기, 재사용하기 등 하루에 하나씩, 순간마다 하나씩 도전하면 된답니다. 생태계와 모두의 평등을 위한 우리의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변화해야 하며 환경과 인간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환경을 존중해야 합니다. 땅에 버려져 있는 담배 필터와 같은 단 한 개의 플라스틱이 우리의 몸과 안녕을 망칩니다. 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모두의 평등과 환경을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하고 이는 특권층에 있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반대가 아니고요.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취향, 나이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싸움,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싸움은 건강한 지구를 위한 그린피스의 활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린피스는 인권의 지평을 넓히고 정의를 앞당기는 사회운동에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글: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