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꿀벌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늘 어디선가 마주쳤던 꿀벌이 남몰래 간직하고 있던,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귀엽지만 위대한 이야기 10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꿀벌의 이야기, 지금부터 같이 알아봅시다!
꿀벌이 처음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언제일까요? 사실 초창기 벌은 지금의 말벌처럼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육식 곤충이었습니다. 하지만 약 1억 년 전, 백악기에 꽃이 등장하며 벌의 습성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일부 벌이 꽃을 먹이로 삼기 시작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꽃의 수분매개 활동이 시작되어 꽃의 개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꽃도 벌을 더 많이 유인하기 위해 색과 형태도 다양해졌다고 하죠. 이렇게 초식성이 된 말벌이 꿀벌의 조상인 것입니다.
꿀벌의 눈은 다섯 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얼굴의 양쪽에 커다랗게 겹눈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고, 그 사이에 홑눈이 세 개 위치하고 있죠. 겹눈으로는 사물의 형태와 색을 인식하고, 홑눈으로는 주변 빛의 색 변화를 감지합니다. 이렇게 겹눈과 홑눈으로 확보한 시각 정보를 뇌에서 통합해 빛의 변화에도 정확하게 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벌에게도 민주주의 사회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여왕벌, 일벌이란 단어 때문에 꿀벌 사회가 제왕적 구조일 것으로 오해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여왕벌은 알을 낳는 것이 사명일 뿐, 벌통에 관한 의사 결정은 모든 벌이 서로 대화를 하며 이루어집니다. 이 대화를 어떻게 하냐고요? 바로 춤입니다! 벌이 추는 춤으로는 원형 춤과 8자 춤, 엉덩이 춤 등 다양합니다. 원형 춤은 목적지가 100m 이내에 있을 때 추는 춤이고, 8자 춤은 그 이상의 거리에 있을 때 추는 춤이죠. 이때 8자 춤의 기울기나 각도, 춤을 추는 벌 꼬리의 움직임을 통해 세부적인 거리와 위치 정보를 전달합니다. 벌은 이 춤을 통해 다른 벌이 찾은 밀원이 어디에 있는지, 새로 터를 잡을 만한 곳은 어디인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일벌이 하는 역할은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갓 태어난 일벌은 육아를 담당하고, 태어난 지 1주 정도가 지난 일벌은 집짓기와 식량 분배를 합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벌집을 방어하는 경비 벌이 되죠. 그러다가 태어난 지 3주가 넘으면 밖으로 나가 화분을 채집할 수 있는 벌이 됩니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일벌의 역할이 달라지는 이유는 뇌의 크기와 기억력 때문입니다. 태어난 후 일정 시기가 지나야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력을 갖출 수 있거든요.
태어난 시기에 따라 일벌의 수명은 달라집니다. 한참 꽃가루를 채집해야 하는 시기인 ‘유밀기’에 태어나는 꿀벌은 수명이 1~2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밀랍으로 집을 짓고, 새끼 벌을 양육하고, 밖으로 나가 꽃가루를 채집하는 등 중노동을 하며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죠. 반대로 늦가을에 태어나 일을 많이 하지 않고 월동에 드는 꿀벌은 최대 6개월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꿀벌의 기본 식량은 꽃꿀(화밀)과 꽃가루(화분)이고, 이를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을 밀원식물이라고 합니다. 아까시나무, 유채꽃, 동백꽃 등 무수히 많은 나무와 꽃이 밀원식물에 해당하는데요. 이 밀원식물도 꿀이나 꽃가루의 분비량에 따라 주요밀원과 보조밀원이 나뉩니다. 꿀벌은 이 밀원을 제외한 곳에서 식량을 얻는 경우가 드뭅니다. 밀원만으로도 충분한 먹이와 영양분을 얻을 수 있거든요. 사실상 생존에 필요한 모든 걸 얻는 셈이죠. 그래서 꿀벌은 육식을 병행하는 ‘독수리 꿀벌’ 등을 제외하면 밀원식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 밀원이 아주 부족합니다. 꿀벌이 주로 찾는 밀원수인 아까시나무의 급감이 주된 요인입니다. 밀원이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적은 밀원을 두고 수많은 꿀벌이 경쟁하다가 결국 굶주리게 됩니다. 굶주린 꿀벌은 면역력이 떨어져 이상기온과 응애 같은 기생충에게 더욱 취약해집니다. 늦기 전에 정부에서 더 많은 밀원수를 심고 벌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금 그린피스의 꿀벌 살리기 캠페인에 서명하고, 위험에 빠진 꿀벌을 도와주세요!
꿀벌이 한 번 나가서 채취하는 꿀은 약 30mg~50mg 정도입니다. 꿀벌의 무게가 0.1g 정도인 걸 생각하면, 제 몸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꿀을 운반하는 셈이죠. 꿀벌은 하루에 7~13회, 많으면 24회까지도 밖으로 나가 꿀을 채취합니다. 벌꿀 1kg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벌 10,000마리가 4번씩은 나가야 하는 셈입니다.
여왕벌과 일벌은 모두 같은 애벌레에서 태어납니다. 그런데 어떤 애벌레는 여왕벌이 되고, 어떤 애벌레는 일벌이 됩니다. 두 애벌레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왕벌은 왕대라는 조금 특별한 방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로열젤리를 섭취하는 기간이 일벌에 비해 훨씬 깁니다. 일벌은 로열젤리를 단 3일 섭취하는 데 그치지만, 여왕벌은 지속적으로 로열젤리를 섭취합니다. 로열젤리를 먹는 여왕벌은 일반 벌에 비해 수명이 10배나 길고, 몸집은 3배 이상 크고, 평생 200만 개의 알을 낳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기록된 꿀벌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구려 동명성왕 시대에 도입되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거든요. 고구려를 시작으로 백제, 신라에 전파된 양봉은 이후 백제가 일본에 양봉 기술을 전했다는 기록이 남았을 정도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꿀을 이용해 유밀과를 만들어 먹었고, 조선시대에는 벌을 보호하는 방법이나 꿀을 따는 방법 등 양봉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하기도 했죠. 성실하게 꿀을 모으는 특징으로 인해 재물과 복의 상징이 되어 귀중품, 돈주머니에 벌 문양을 수 놓기도 했습니다.
백악기부터 길고 긴 시간 살아남은 꿀벌과 수 많은 야생벌은 생태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입니다. 전 세계 100대 작물 중 70% 이상의 작물이 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꿀벌의 날갯짓에서 꽃이 피고, 식물이 번식하고, 과일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꿀벌의 생태에 많은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꿀벌이 무너진다면, 곧 우리의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태계의 지킴이, 꿀벌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초에는 우리나라 꿀벌 전체 개체수의 16%인 78억 마리가 사라졌는데, 올해에는 더 많은 꿀벌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 위기, 기생충, 밀원의 감소, 농약 문제까지 다양한 환경 문제가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노력이 절실합니다. ‘꿀벌 살리기 위원회’를 설립해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지금 그린피스 캠페인에 서명해, 꿀벌 살리기에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