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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필 May 08. 2024

주머니에 든 불안

때론 꿈이 같이 들어있다.


서랍 속 잠자던 봄을 꺼내 입고 여름을 걸었다.

이런 땀이 나잖아. 그래도 봄을 벗지 않는다.

날씨는 꼭 내 마음 같아서 당장 저녁만 되어도 금방 겨울을 가져온다.

그뿐이랴, 후드득 때려 부어서 우산을 감싸 쥐고 걸으면 어느새 햇볕이 빼꼼 인사한다.

휘둘리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은 이토록 나약할 뿐이다.

그래도 맞춰드려야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오늘따라 주머니가 자꾸만 거슬린다.

옷매무새를 아무리 고쳐봐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불안이 들어와서 덜그럭 덜그럭 걸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아뿔싸.


외출하기 전

불안을 빼는 걸 깜빡 잊었구나.


꼼짝없이 오늘은 주머니에 든 불안을 모른 척 넣고 다녀야 했다.



가끔은 이 주머니에 꿈 이 들어오기도 한다.

저스트 슬리피가 아니라 드림 컴 트루의 그 드림 말이다.

그런데 주머니에 꿈만 든 날은 세계 무대에 서는 내가 환호성을 받고 있지만

불안이 같이 꿈과 든 날엔 아주 작은 육면체에 갇힌 내가 끊임없이 쪼그라들어

설 자리는커녕 앉을자리도 없이 초라해진다.



꿈과 불안.

평행관계처럼 달리는 이 두 단어가 나의 주머니에서 덜그럭 거린다.


서 있기조차, 그냥 눈을 뜬 아침조차 힘겨운 날에도 주머니에 슬그머니 든 불안을

사실은 모른 척 가지고 나간다.


 허상처럼 든 불안이 가끔 찾아오는 행복에 녹아 없어지길 바라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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