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와 태만
기나긴 여름이 흘러가고 있다. 아니 머물러 있다.
시간은 흐르고 더위는 머물러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내가 가진 시간을 나태함으로 빼앗기듯 퍼주고 있다.
어찌 이리 게으른지 죄책감도 잠시.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
무기력에 잠긴 육신을 나태와 태만으로 이불 덮듯 덮어버리니
그대로 가라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걷고 움직이며 살아가는 일상이 다시 까마득해진다.
가위에 눌린 몸을 깨우듯 중얼거려 본다.
일어나자 일어나자 이건 꿈이다.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나듯 몸에 묻은 나태와 태만을 털어본다.
다시 또, 다시. 시작.
시작은 마음먹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으면 다시 시작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