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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필 Feb 09. 2024

벼랑 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






글쎄,

오늘은 내 진짜 얘기를 좀 해볼까요.

감성적인 것도 좋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좋고, 따뜻하고 행복한 얘기, 사람 사는 얘기 모두 좋은데요.

오늘은 진짜 꾸밈없이 내 얘기를… 그냥 조금 오래된 제 옛날 얘기를 해볼게요.

들어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새털처럼 가벼운 제 입이 자꾸만 근질거려서 좀 얘기를 하고 싶네요.

제 옛날 얘기예요. 식상하고 구질구질하고 불쌍하고 한데 섞였지만, 한 인간의 인생이에요.

잠깐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내가 사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는 살아가면서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희한한 일들을 꽤 겪으며 살아왔다.


물론 편협하고 옹졸한 시각일 확률이 크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련의 일들로 나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걱정쟁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까.

나는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마음껏 내 이야기를 울컥울컥 쏟아내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가 거북하고 보기 싫을 수도 또는 와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인간이 있구나의 한 예시가 될 수도.


나의 생모는 네다섯 살의 어린 나를 버리고 아빠와 이혼한 뒤 여태껏 생사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원망과 분노도 어떠한 존재가 있고, 그 존재로부터 손톱만큼의 기억이라도 있어야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조금 깨달았다. 물론 내가 자라온 환경을 생각하면 원망과 쌍욕이 섞일 때도 있다. 하지만 잠시뿐.

허상의 인물과도 같기에 시간을 할애해서 분노를 표출할 만큼은 아니다.


이어 말하자면 그런 상황에 아빠에게 지금의 엄마가 나타났다. 아빠의 인생에서 제일 빛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엄마의 인생에서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이겠거니 미루어 짐작한다.

사랑이 아니라면 이날까지 같이 하기 어려운 사람이기에 말이다.


나의 아빠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술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로 나뉜다. 아주 단순하지만 평생에 걸쳐 두 얼굴을 한 아버지와 갈등을 겪은 나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부모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작년에는 암수술도 했기에 몸도 많이 쇠약해졌지만, 나의 어린 시절 아빠는 매일 저녁이면 검은 그림자에게 잡아먹혀 나의 숨을 막히게 했던 인물이다.


시간이란 건 참 요망한 놈이다. 해가 뜨고 지며 숫자를 반복해 흐르기만 할 뿐인데, 과거를 만들어 버린다. 돌이킬 수 도 없는 이 시간은 흐르고 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기에 어떤 이에게는 용서를 강요하며, 또 어떤 이에게는 무거운 죄도 가벼이 만들어 주는 망각의 선물로도 다가온다.

난 이 시간에게 정말 큰 원망이 든다. 벽에 대고 화풀이하는 어리석음과 같은 것임을 아는데도 자꾸만 쉭쉭 콧김이 뿜어진다. 가슴 안이 뜨거워서 입 밖으로 토해내고 식히고 싶을 정도이다.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며 아이러니하게도 흐르는 시간 덕에 회복도 한다.


물론 백 퍼센트의 회복은 없다. 아니 사실 50퍼센트가 될까 말까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처음 그 상태는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조금 지루하셨을까요.

그런데 저는 이 몇 줄 적는 동안 왜 이렇게 자꾸만 눈물이 날까요.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되어도 그 시간이 왜 용서가 되지 않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떡국도 만둣국도 모두 맛있게 드시면서요.



너 참 (그런 환경에서도) 잘 컸다. 가 아니라 그냥 사랑해, 고마워, 네 덕분에 힘이 난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된다는 걸 듣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어설픈 위로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는 걸.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랑해요. 네 존재 자체가 사랑이야.


제가 듣고 싶은 말 오늘 당신한테 할게요. 저와 같은 상처가 있다면요.

사랑해요. 넌 최고야. 정말 고마워. 네가 너무 소중해.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내면의 아이를 찾아가 안아주세요.

저도 그럴게요.

우리 그렇게 위로해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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