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교사가 미칠라 하면 방학을 하고 학부모가 미칠라 하면 개학을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튼 미치기 직전(?)에 나에게도 방학이 왔다. 출근하면서 내 시간을 진득하게 쓰지 못하니 '방학하면 해야지.'하고 계속 미뤄두기만 했던 것을 하려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고 계획도 촘촘히 세우게 된다. 대부분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못 만났던 지인들을 연락해 만나는 것, 창고가 된 방을 다시 쓸 만한 방으로 만드는 것, 그 사이 가끔 콧바람 쐬는 것이 계획의 전부이긴 하다. 그래서 재충전을 위한 이 시간이 천금 같고 너무나 감사해서 늘 할 수 있는 것보다 넘치도록 리스트를 적곤 한다.
그런데 아뿔싸, 어린이집 안내장에 적힌 아이들 방학 기간이 마침 나의 방학 시작 날과 딱 겹치는 것이 아닌가. 방학 첫날은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어야지 했던 계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걸 알고 나니 평일 오전 시간 카페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버텨왔던 인내심에 불이 켜졌다. 근무하며 네 달을 버텨온 것이고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할까 싶지만 사람 마음이 안 그런 것이다. 다시 아이들 방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갑자기 억울해졌다.
일을 하는 엄마로서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함을 느낀다. 여름방학 때는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방학중 수업 때문에 일주일을 더 출근하게 되었고 그땐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어린이집이 방학일 때 등원을 시켰다. '엄마 일 때문에 너희들이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도 어린이집에 가게 해서 미안해.' 그때의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오롯이 볼 수 있게 되니 감사한 마음, 기쁜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넘도록 방학을 하는 유치원도 많은데 겨우 일주일 방학 때문에 이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면서도 도대체 억울함은 가시질 않는 것이다.
이 마음으로 아이들 방학을 내가 즐겁게 보내줄 수 있을까? 보상이라고 하기엔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하루 이틀 정도는 자유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바짝 조였던 일상을 잠시만 느슨하게 만들고 업무와 육아에 복잡했던 머릿속을 차분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냥 보내버리자 결심할라치면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군가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비난의 눈초리를 보낼 것만 같고 생각들이 이랬다 저랬다 널을 뛰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는 방학 첫날인 오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냈다.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나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었다. 결국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돌아왔고 고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아이들의 줄어든 방학은 그만큼 더 찐하게 보내주어야지 결심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기적인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 지키기가 이렇게나 힘들다. 엄마라면 어련히 이래야 한다는 내 안의 틀을 깨는 것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가장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