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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Jan 12. 2022

어떤 야구팬의 신기한 수능 징크스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나의 대학 합격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자~ 우측에~ 큽니다! 이번에도! 우측에~~~~~ 끝내기 홈런!

2002년 11월 10일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말에 9:6으로 지고 있던 상황, 이승엽 선수의 동점 쓰리런에 이은 마해영 선수의 역전 끝내기 홈런의 기억.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누군가는 쓰라림의 눈물을 흘렸을 그 순간을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배하여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그 순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고 내가 수능을 세 번째 치고 나서 대학에 떨어졌을 때에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게 된다. 내가 수능을 친 해에는 항상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을 했던 것이다.




나는 총 네 번의 수능을 쳤다. (물론 자랑은 아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이전 글 참고를 부탁드린다.)

https://brunch.co.kr/@greenpurple/34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이 나의 대학 합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1. 첫 번째 수능(200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2001년 11월 7일, 200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


그 해 삼성 라이온즈는 2001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두산과 대결

1차전 2001년 10월 20일 4:7로 삼성 승

2차전 2001년 10월 22일 9:5로 두산 승

3차전 2001년 10월 24일 9:11로 두산 승

4차전 2001년 10월 25일 11:18로 두산 승

5차전 2001년 10월 27일 4:14로 삼성 승


본인 생일에 승리를 선물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 같았으나


6차전 2001년 10월 28일 5:6으로 두산 승


삼성은 패배했다.

그리고 나는 제일 원했던 A대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불합격했다.




2. 두 번째 수능(200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재수를 하고 1년 뒤 2002년 11월 6일, 200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


그 해 삼성 라이온즈는 또다시 한국시리즈 진출하여 LG와 대결

1차전 2002년 11월 3일 1:4로 삼성 승

2차전 2002년 11월 4일 3:1로 LG 승

3차전 2002년 11월 6일 6:0으로 삼성 승

4차전 2002년 11월 7일 4:3으로 삼성 승

5차전 2002년 11월 8일 7:8로 LG 승


3승 2패로 단 1승 만을 남겨놓은 상황, 6차전에 다시 홈그라운드 대구로 돌아와 경기를 치른 삼성은 11월 10일 스코어 9:10 대망의 9회 말 끝내기 홈런으로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나는 1 지망이었던 K대 통계학과에 합격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이런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대학을 1년 늦게 입학하여 1년 반을 다녔고 교대로 진학하기 위해 2004년에 다시 수능을 쳤는데 이것이 세 번째 수능이었다. 신기하게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던 2003년에는 삼성 라이온즈도 한국시리즈 3년 연속 진출에 실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3. 세 번째 수능(200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2004년 11월 17일, 200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


그 해 삼성 라이온즈는 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현대 유니콘스와 대결

1차전 2004년 10월 21일 2:6으로 현대 승

2차전 2004년 10월 22일 8:8로 무승부

3차전 2004년 10월 24일 3:8로 삼성 승

4차전 2004년 10월 25일 0:0으로 무승부


4차전은 특별히 배영수 투수가 10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으나 타자들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0:0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5차전 2004년 10월 27일 1:4로 현대 승


본인 생일에 삼성은 졌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6차전 2004년 10월 28일 0:1로 삼성 승

7차전 2004년 10월 29일 6:6으로 무승부

8차전 2004년 10월 30일 2:3으로 현대 승

9차전 2004년 11월 1일 8:7로 현대 승


유독 무승부가 많았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가 4승 3무 2패로 우승을 차지했고 삼성은 패배했다. 그리고 나는 1 지망이었던 B교대에 대기 순번 바로 앞에서 잘리는 불운으로 불합격하고 말았다.



이쯤 되어 이 신기한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었는데, 네 번째 수능을 치기로 결정한 순간 나는 필사적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바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재수 삼수를 할 때도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 시즌 경기를 거의 다 보았는데, 비결은 TBC에서 중계해주는 라디오였다. (그래서 사수를 하게 되었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로 야구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부는 수학이었다. 생각을 깊이 해야 하는 다른 과목은 불가능해도 수학 문제 풀이는 중계를 들으면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삼성 라이온즈는 그 해에 또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4. 네 번째 수능(2006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삼성 라이온즈가 2005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두산 베어스와 만났는데, 2001년 한국시리즈의 한을 풀듯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 2005년 10월 15일 2:5로 삼성 승

2차전 2005년 10월 16일 2:3으로 삼성 승

3차전 2005년 10월 18일 6:0으로 삼성 승

4차전 2005년 10월 19일 10:1로 삼성 승


삼성이 우승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네 번째 수능을 치렀다.


2005년 11월 23일, 2006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


원래도 이 때는 합격할 것 같은 마음이 있었는데 삼성의 우승을 보고 뭔가 확신을 얻었달까. 내가 믿는 절대자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리고 나는 드디어 수능 네 번째만에 1 지망 D교대에 합격했다. (작년에 불합격한 B교대도 합격)





중고등학교 동기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교대에 입학하여 4년 늦은 출발을 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대학 생활이었다. 대학 동기들과 모여서 함께 봤던 2008년도 올림픽 야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명승부였고, 야구팬인 동기들과 야구장에 다녔던 기억은 모두 추억이 되었다.


수능 네 번의 우승 징크스. 여기까지만 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교대 4학년 때 임용고시에 낙방하면서 고시 재수생이 되었는데, 그때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징크스는 계속된다.


대학 4학년이었던 2009년에 삼성 라이온즈는 아예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지 못했다.


졸업 후 2010년에 다시 임용고시를 보았는데, 그 해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SK를 만나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불합격했다.


그렇다면 2011년은 어땠을까? 삼성은 또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이전에 만난 SK를 상대로 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때 치른 임용고시는 내 생애 마지막 국가시험이 되었다. 드디어 최종 합격.




중3 때 친구 집에 비디오를 보려고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친구의 언니가 벌써 하교를 해 야구 중계를 보고 있어서 우리는 비디오를 볼 수가 없었다. 언니가 당시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선수의 팬이었던 것. 마지못해 내가 제일 싫어했던 그 지겨운 야구 경기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그 경기는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이라면 또한 결코 잊을 수 없는 경기일 것이다. 바로 삼성과 LG의 대결에서 강동우 선수(현 두산 타격코치)가 외야 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쳐 부상을 당했던 바로 그 경기이다. 그 부상으로 인해 강동우 선수는 선수 생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그 경기 때문에(덕분에) 나는 야구 경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야구팬으로서 새롭게 거듭난 것이다. 그때가 1998년이었으니 벌써 야구팬이 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고1 때부터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 매년 발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용에 최종 합격했던 2012년에는 발령 대기 중일 때 전국 방방곡곡 야구장을 다 돌았다. 야구 사랑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계속되었고 첫째와는 야구장 추억도 제법 만들었다. 올해 목표는 아직 야구장에 가보지 못한 둘째까지 모두 데리고 가족들과 함께 직관을 가는 것이다. 아직도 야구를 보지 않는 분이 있다면 2008년 올림픽 경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럼 당신은 분명 야구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올해는 부디 코로나가 잠잠하여져서 경기장에서 거리두기 없이 빽빽이 서서 목 터져라 응원가를 부를 수 있기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 대문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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