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학년 담임을 맡은 선생님의 새 학기 첫날 풍경
3월 2일 목요일 입학날
1학년 첫 담임으로 선 날. 아침부터 부랴부랴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안내할 PPT 자료 내용을 수정하고 있었다. 이걸 왜 2월에 해놓지 않았을까 살짝 후회하면서. 그런데 어제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던 클래스팅 가입을 하지 않은 아빠 1명이 생각이 났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의 촉이었을까? 초대 문자를 다시 보내기도 했으나 결국 오늘 오전까지 가입이 되어있지 않았고, 입학식에 관한 공지는 제대로 못 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 입학식인데 안 오겠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 참에 아침에 출근하여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아이의 아버지는 출근을 했다고 하셨다. 그럼 아이는 누가 데리고 오느냐 하니 벌써 학교에 갔다고 한다. 아직 입학식도 안 한 8살 아이를 혼자 학교로 보냈다고? 알고 보니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의 오빠와 함께 보냈다고 한다. 10시 30분 입학식인데 아직 9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집에 있는 성인인 언니에게 연락을 해보겠다 하셔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가서 그 아이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한 선생님께서 분홍 옷을 입고 분홍 가방을 메고 양쪽으로 갈래 머리를 묶은 여자 아이를 교무실로 인솔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른 교무실로 갔더니 아이가 1-2반이라고 했다며 말씀하신다. 아이가 그래도 자기 반은 알고 있구나, 하는 것이 그나마의 다행이라면 다행. 10시까지 등교하여 10시 30분에 입학식을 하는데 9시도 되기 전에 학교에 오는 아이는 잘 없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이를 교실에 앉혀두고 하고 있던 PPT를 고쳤다. 그러면서 누구랑 왔느냐, 집에는 누가 있느냐 등 간단한 질문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어도 좋다고 했더니 도리도리를 한다. 내가 직접 3권을 뽑아 얼마든지 읽어도 좋다고 들이밀었다. 싫다는 아이에게 말 그대로 들이민 것이다. 그 사이 연구실에서 입학식 준비로 잠시 모이자는 연락을 받고 아이에게는 교실에 있으라며 당부하고서 연구실로 갔다. 속으로는 불안하였지만 여기서 또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15분 정도 회의를 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을 때 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거봐! 애가 사라졌잖아! 중간에라도 확인을 했어야지!' 아님 '책 읽기가 싫어서 도망갔나? 왜 책을 건넸을까?' 정말 온갖 불안한 상상을 하면서 1층부터 4층까지 본관을 다 둘러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교무실로 가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교무행정사님께서 아이 아버지께 다시 전화를 걸어주셨고, 언니가 아이를 집으로 다시 데리고 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온 가슴을 쓸어내렸다.
교무실에서 교무행정사님 통화 후 아이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복병을 만났구나, 올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솔직히. 그리고 다행히 언니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며 옆반 선생님께 가서 걱정 마시라 말씀을 드렸더니, 1월 예비소집일 당시를 떠올려 이야기해 주신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는 "좀 안 됐더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순간 아! 복병을 만났다며 약간은 껄끄러운 존재로 바라보았던 나의 그 시선이 어찌나 부끄러워지던지. 엄마가 없는 것 같으니 학교에서는 내가 엄마의 존재가 되기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번뜩 든다. 처음으로 1학년을 맡은 담임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