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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Nov 30. 2023

스피드 퀴즈의 원칙

“얘들아, 팀에서 문제 낼 사람을 한 명씩 정해 보자. 파이팅!”


스피드 퀴즈를 학기 중 빨리 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의 한글 공부가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읽기가 힘든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넣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정답을 인정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름 주제에 맞는 7개의 단어를 주고 설명만으로 문제를 맞히도록 했다. 문제를 내는 아이는 다른 모둠 친구들과 같이 화면을 바라보고, 문제를 맞히는 아이들은 교실 앞에 나와 서서 친구들 쪽을 바라보도록 섰다. 먼저 하고 싶다는 3모둠부터 시작했다. 준비 됐지? 시~~~작!


우리 출제자님, 시작하자마자 자신 있게 외쳤다.


“해!”


문제 정답이 ‘해’였는데 정답을 외친 것. 수업 방해 학생 케어를 위해 교실에 함께 있던 상담 선생님과 함께 빵 터졌다. 아직 이해를 못 한 것 같아 다시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정답을 바로 말하면 안 되고 문장으로 말해서 그 설명을 듣고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해.”


이제는 정말 알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는 도윤이. 그래, 믿는다! 바로 다음 문제 설명에 돌입한다.


“이거, 수영할 때...”


어이쿠. 정답이 ‘수영’이었는데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벌써 7문제 중 2문제를 날려버렸으니 문제를 맞히려고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문제 맞히는 아이 중 한 명과 얼른 자리를 바꾸어 진행했다. 그랬더니 다행히 일사천리.



도윤아, 미안해. 아무리 스피드 퀴즈라도 설명할 때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지켜야 한단다. 원칙을 지키는 길이 가장 스피드한 방법이란 걸 꼭 알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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