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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Nov 27. 2023

여덟 살 꼬꼬마들과의 입학 첫 주 단상들

1. 

1교시부터 배고프다고 밥 언제 먹냐고 매일 물어보는 아이들이다. 1학년은 4교시를 마쳐야 밥을 먹는다고 해도, 인정하기가 싫은 건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매일매일 어김없이 배고프다 외쳐댄다. (2학기가 되었는데도 아직인 걸 보면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싶다.)


2.

아직까지 학교에서 쓰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다. 아침 활동 시간에 그날 공부할 것을 미리 칠판에 적어주는데, 아직 ‘1교시’, ‘2교시’라는 말이 낯설다 보니 “와! 이제 3교실이야!” 하는 아이들. 벌써 두 번이나 말해줬는데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역시 1학년은 반복 또 반복.


3.

<우리들은 1학년> 수업 시간에 학교 둘러보기를 했지만, 건물이 워낙 크고 복잡하다 보니 방과후 수업 교실을 일일이 데려다주게 되었다. 그런데 걸어갈 때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꼬옥 잡고 따라오는 아이들. 덩치는 커다랗지만 행동은 정말 아기 같다.


4.

아이들 하교시키고 오후 2시에 폭풍 업무 처리 중이었는데 열린 앞문에서 반 아이 하나가 날 보더니 깜짝 놀라 이야기한다.

“어! 선생님, 왜 여기 있어요?”

원래 내 자리라 앉아 일하는 건데 무슨 뜻일까 했더니, 정확히 1시간 뒤에 다른 아이가 와서 똑같이 놀라고 간다.

“선생님, 아직도 안 갔어요?”

자신들과 똑같이 집에 가는 줄 알았던 어린이들이다. 여덟 살의 귀여움에 폭 빠졌던 입학 첫 주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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