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기분이 어때?”
밤새 어둠을 헤매던 내게 아침이 물었다.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라 했던가
“그냥 뭐 그래”
습관처럼 집어 든 핸드폰은 내 기분을 살피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질문자 대부분은 이미 다녀온 사람들과 다녀오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그중 가야 하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평소 외출 전 치장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늘은 단 5분이면 충분했다.
지금 내겐 손질할 머리도 치장할 의욕도 무엇 하나 없었으니까.
20년 11월 30일 나는 입대를 한다.
훈련소로 이동하는 차 안.
가족들은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고 내비게이션 안내 만이 고요를 채웠다.
분주한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화면의 줄어드는 킬로미터에만 눈이 갔다.
목적지에 다 닿을수록 말수는 점점 줄더니 입이 닫히고 눈이 닫혔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어둠이 내린 틈을 타 간절히 소망한다.
제발 부디 이 모든 상황이 꿈이길.
감긴 눈 사이로 희미한 빛이 들어왔을 때 비로소 나는 현실을 받아 들어야만 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어떤 사고도 불가능했다.
백지처럼 새하얘진 내 머릿속을 뜬금없는 얼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반가운 친구 놈들. 그들에게 질리도록 들었던 군대 이야기. 남 일이라 생각해 겪어보지 못해
공감할 수 없어 매번 툴툴거리기 일쑤였는데 비로소 그 일이 내 일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훈련소에 다다른 지금 뒤늦게서야 그때 거부했던 이야기가 절실하다.
친구들아, 나 지금 몹시 긴장돼.
친구들아, 그때 너희도 같았겠지?
친구들아, 공감하지 못해 미안해.
겪어보지 못했기에 이해하려 하지 못했던. 미안함에 얼굴이 붉어진다.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존경스러운 그들이었다.